어떤 마음들은 아무리 오래되고 단도리하고 움켜쥐어도 새어나온다.
12년 전 이별한 엄마 앞에 서면 내 어깨는 여지없이 떨린다.
'엄마'라는 두 음절만 들어도 눈물이 차오른다.
어떤 마음들은 잊으려고 마음먹을수록 점점 더 선명해진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나에게.
엄마를 모신 공원에 가는 마음은 그림움으로 시작되었는데,
막상 작은 방의 작은 칸 안에 작은 단지 안에 담겨있을 뼈가루일뿐인데,
그 단지속 가루에게 엄마라 부르며 흐느끼는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공원을 나오며 엄마에게 편지를 써본다.
부칠수 없지만 뼈가루에게 엄마라고 울부짖는것보다는 낫다는 마음이다.
엄마, 저 하늘 어딘가에 계실
엄마, 저희 왔어요.
선선한 계절에 다시 온다고 했지요.
엄마 허리춤에나 왔으려나요
12년 전 꼬마 그랜트가 훌쩍 커 스무살이 되어 당신에 대한 기억을 더듬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웃고있지만,
박재된 기억의 편린들 맞춰보다
다시 차오르는 눈물들 훔쳐보다
저마다 뜨거운 안녕을
고합니다.
공원 언덕 산책하다 도토리도 줍고 밤도 까며 까르럭대던 라온이는 눈물보가 터졌습니다.
아빠가 모두 놓고가라 해서요
다람쥐 거지, 알지만..알지만..하면서도 말이죠.
공원 나오며 아빠랑 그랜트랑 양수육에 막걸리 한 잔,
뜨거운 소고기 국밥에 밥 한공기 말아 뜨고 왔어요.
잘했다 고맙다 보고싶다
등 쓸며 말해주실 거지요
또 추운 계절에 다시 오겠습니다.
p.s
나의 마음이 엄마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랍니다.
엄마의 마음마저 가루가 되진 않았겠지요,
엄마의 마음도 나에게 답장을 줄수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