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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쌤 Jun 27. 2024

초등교사로 살아남기 1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초등교사의 일상 엿보기

할머니께 전화가 왔다.

"네가 교사 되고 나서부터 왜이렇게 교사 힘들다는 얘기만 뉴스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꾸 고소당하고 돌아가시고.. 너는 괜찮지?"

그렇다. 요즘 초등교사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신규교사의 시선으로 교사의 일상을 풀어가보고자 한다.


2023년! 나도 드디어 초등교사가 되었다.

오랫동안 꿈으로만 남아있던 직업이, 이젠 정말 나의 직업이 된 것이었다.

그 설렘과 벅참은 평생 가지고 있던 것의 몇 배가 되는지도 모를 만큼이었다.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르다고 하던가.. 초등교사로 살아남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보통 초등교사의 업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일단, 수업이다. 초등교사는 하루에 보통 5~6개의 수업을 해낸다.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중고등과는 다르게, 매일 다른 과목, 다른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을 맡았으므로 적게는 하루에 4시간, 많게는 6시간 매일 수업을 한다.


수업을 하려면 그냥 책을 바로 펴고 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 준비를 해야지..

보통 수업 준비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시작한다. 다음날 해야 하는 4~6개의 수업 내용을 살펴보고, ppt와 활동 등을 준비한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다양하고 멋진 자료들을 살펴보고 우리 반에 맞게 각색해 사용하기도 하며, 원하는 자료가 없다면 ppt나 활동지, 게임 등을 만들기도 한다.

필요한 준비물을 준비해 놓고, 프린트까지 해놓아야 수업준비 끝!


학급 운영도 업무 중 하나이다.

예를 들면 학급 특색활동 (주제글쓰기, 독서록 쓰기, 화폐운영 등 특색 있는 활동)을 운영하는 것, 아이들과 상담하는 것, 학부모와 소통하는 것, 학급의 규칙을 세우는 것, 점심시간 지도 등이 해당된다.

우리 반은 아침마다 주제를 주고 3줄 글쓰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그 노트를 모두 모아 검사하고 코멘트를 남겨주고 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거잖아 왜 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쓴 글을 읽고 소통하는 것도 하나의 라포형성 방법이다.

또한, 학생 학부모 상담도 만만치 않은 큰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정규 수업시간을 피해 아침, 점심시간 혹은 하교 후에 진행해야 하며, 20명이 넘는 학생 + 학부모와 상담하려면 일단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교사로서의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또한 모두가 다 다른 성격과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혹시나 기분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의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학습의 어려움 등에 대해 논해야 한다.


또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점심 지도'이다. 물론 이것 덕분에 퇴근을 일찍 하는 것이지만, 퇴근을 30분만 늦게 하더라도 밥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특히 우리 학교는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아이들이 직접 급식을 준비하고 배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자잘한 싸움과 잡음을 견뎌야 한다.

또 중간중간 아이들이 말을 걸거나, 뚜껑을 따달라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도 밥 먹으면서 견뎌야 한다.


여기까지는 보통 다 예상하는 업무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림도 없지. 가르쳤으면 시험도 봐야지.

요즘 초등학교는 시험이 없다. 그렇지만 수행평가가 한 과목별로 2~4개 정도 된다.

수행평가는 통일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반별로 다 다르게 보아야하기 때문에, 반별로 다른 시험지를 담임교사가 직접 만든다. 시험지를 만들고, 시험을 보고 나면 20명이 훌쩍 넘는 아이들의 답안을 모두 채점하고, 등급을 매겨 나이스에 입력하는 것까지 해야 평가 끝!


이렇게 평가를 끝냈다면, 한 학기가 끝날 때쯤 평가 결과들과 학생의 태도 등을 서술한 통지표가 나간다. 학기말에는 이 통지표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평가 본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아이들 마다 다르게' 과목 별로 3~4줄씩 달아주어야 한다. 아니 반 아이들이 모두 같은 내용으로 수행평가를 보았는데 어떻게 다 다르게 쓰라는 건지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개별화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명이 넘는 아이들마다 서술 내용이 달라야 한다.

교과내용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적어주어야 한다.

이에 더해 아이들의 평소 행동에 대해서도 서술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이들마다 다르게 작성해야 한다.


여기까지 다 알고 있다면 당신은 초등교사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다음편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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