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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형 Jun 03. 2019

대단히 멋진 6살짜리 아이들

라히마 볼드위 댄시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1


 

하버드대학의 아동발달 전문가인 버튼 화이트와 그의 동료들은 인생의 처음 6년 동안에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13년에 걸쳐 연구하는 “브루클린 유아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대단히 멋진 6살짜리’ 아이들을 발견했는데, 그 아이들은 영리하고 발육상태가 좋았을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균형이 잡혀 있어서 함께 있는 사람이 절로 즐거워지는 아이들이었다. 이는 단순히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명랑하면서도 응석받이가 아닌 아이들을 뜻한다.  p.33~34 일부 요약    


‘대단히 멋진 6살짜리’ 아이들이라! 묘사가 썩 잘 되지 못했지만, 어떤 아이들을 말하는지는 알겠다. 이해가 빠르고 표현이 다양한 아이, 건강하고 활기가 넘쳐 행동에 거리낌이 없으나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는 아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세상을 향한 호의와 신뢰를 드러내는 아이가 아닐까? 바로 내 아이가 6살이 되었을 때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연구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인생의 처음 시기에 이루는 것들에는 부모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는 공식적인 교육보다 부모의 개인적인 교육이 아이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가족이 아이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아이를 평범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서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연구에서 아기가 태어난 뒤 여섯 달에서 여덟 달 동안에는 대부분의 부모가 아기를 상당히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가정의 겨우 10% 정도만이 생후 8개월에서 36개월의 아기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p.33~34 일부 요약     


이 책의 제목이 <You are your child’s first teacher>인 까닭이다. 아이들의 학습이나 지적 발달을 포함한 본격적인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그보다 앞선 생애 초기에 부모와 함께 이뤄놓은 것들이 훨씬 더 중요했다. 이른바 인프라 구성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특히 8개월 이후부터 3세까지의 부모 교육은 가정마다 큰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독특성을 부여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8개월까지의 아기를 돌보는 일은 대부분 생존 욕구를 해결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8개월 이후로는 감정적 교류와 같은 생존 이상의 요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월령이 올라감에 따라 그 필요는 수시로 변화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의 필요에 대한 부모의 기민하고도 개성적인 대처와 일관성 있는 애정이 ‘대단히 멋진 6살짜리’ 아이들을 탄생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이 책의 첫 장 첫 챕터로, 의욕 충만한 초보 엄마의 동기부여를 극대화해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 아이의 생애 초기 선생님이 되어주어야 하는지 다음 내용이 기대된다.      


아이가 어른과 같은 의식을 갖게 되는 점진적인 과정을 "육화 incarnating"라고 부른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정신이 "육체 안으로 들어옴" 혹은 이 세상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개인이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로만 머물지 않고 이 지상에서의 삶을 꼭 붙잡을 수 있으려면, 이 중요한 육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 과정은 각자의 자연스러운 질서와 시간에 따라서 서서히 드러나므로, 서둘러서 재촉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p.52     


육화라는 단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에 불과했던 존재에 나날이 숨결과 동작이 더해지며 활기 넘치고 의지와 주장을 가진 한 생명체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육과 영은 분명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아기의 영, 구체화되지 않아 영혼이나 정신으로 부르는 것도 마뜩잖은, 어떤 신비한 존재가 자그마한 육신에 자리 잡고 그 육신을 다루는 법을 하나씩 배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태어나서 7살 시기에는 의지(움직임, 모방)가 주로 발달하고, 7살에서 14살 사이에는 감정이 발달하며, 14살에서 21살 사이에는 사고가 발달한다고 보았다.   P.54      


눈에 띄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잡고 흔들고 돌리는,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걷고 뛰고 오르고 구르는 아이의 하루를 관찰하고 있으면 자못 사명감까지 느껴진다. 만약 내가 이 아기처럼 미지의 세상에 던져졌다면 온통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 절망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에 금방 피로해져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질 것이다. 하지만 아기는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을 향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 탐구는 대체로 새로운 대상을 향한 탐구라기보다 이 새로운 대상을 조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몸 사용법에 대한 탐구 같다.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양, 손가락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는데 과학자처럼 온 집중을 다하고 있다. 영이 육에 스민 지 얼마 되지 않아 육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 작동법을 터득해가는 시기가 슈타이너가 말한 7세 이전의 시기다.          


태어나서부터 7살이 될 때까지 아이는 자기 몸을 통해서 처음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아기의 감각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열려있고, 별다른 완충장치 없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해 나간다. 갓난아기는 자신의 몸 전체와 자기 존재 전체로 각각의 감각들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갓난아기가 온 존재로 순식간에 배고픈 상태에 빠져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젖을 충분히 먹고 나면 아기는 금방 완전히 행복한 상태가 되어서 눈도 제자리에 돌아오고, 만족스러운 듯 발가락을 안으로 구부릴 것이다. 

태어나서 7살이 될 때까지 아이가 받아들이는 감각적인 인상 때문에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아이는 세상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이는 인상들에 의해서 자기 모습이 형성되어지는 존재다.    P.58         


아기와 함께 생활해보지 않고 '모든 감각이 완전히 열려있다'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배고파서 울고 배불러서 행복한 잠깐의 순간뿐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아기는 감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갓난아기였을 때는 그 감각에 압도될 우려가 있어 부모가 감각자극을 조절해줄 필요가 더 크지만 기동성이 생기고 인지가 발달하니 아기는 조금 더 능동적으로 감각을 수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늬가 새겨지듯, 한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주조된다.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인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받아들이고 따라 하기에 적당한 세상의 인상들을 제공해주는 일이다.   P.62             


나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어떤 인상들을 제공하고 있었을까? 이대로 세월이 지난다면 아이는 어떤 개성과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될까? 기대와 책임감이 함께 찾아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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