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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is libris Nov 11. 2020

때로는 배신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사람에 대한 예의

내가 눈에 띄는 성장이 있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면, 그 앞에는 항상 배신이 있었다.

노력에 배신당했다는 분노에 사로잡혔을 때,

부모님을 배신하고 독립하겠다며 집을 뛰쳐나왔을 때,

자만이 나 자신을 배신하게 만들었을 때,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직장을 배신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너무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일상에 대한 배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배신,

잘못되어 간다고 느껴질 때 주변을 배신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


나는 부모님을 떠나 스스로 살아가면서 과거 부모님께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던 말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되었다.

노력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허튼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직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


배신을 즐길 필요는 없지만, 가끔 배신이 유용할 때가 있다.

물론 배신의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하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사라지기도, 혹은 조금씩 이해가 되어가기도 한다.




배신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배신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부모를 배신하며 성장한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도 배신을 통해 성자가 되었다. 그는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했고, 그런 자신을 인식했고, 문밖으로 나가서 슬피 울었다.(마태복음 26장 75절) 그가 예수의 뒤를 따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할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배신과 자각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권석천 《사람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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