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로 만나는 파리 여행 (1)
지난 가을, 파리에 다녀왔다.
파리 여행은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소망이었다.
나에게는 예전부터 허세가 좀 있었는데, 그것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종류의 허세였다.
그러니 19세기부터 문화예술의 수도로 불려온 파리를 동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두 차례 파리를 방문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제대로 본 여행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두 번 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고,
첫 번째 방문 당시 아들은 유모차를 타고 다니던 만 두 살이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아들이 좀 자라긴 했지만 여전히 유치원생이었고, 함께 간 조카는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러니 그때의 여행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파리 경험에 가까웠다.
물론, 그때도 파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지만.
그래서 이번 여행은 심리적으로는 사실상의 첫 파리 여행 같았다.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남편은 그렇게 파리가 좋으면 좀 길게 가자고 했지만,
하는 말과는 달리 남편은 도시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보름 정도로 일정을 잡았다.
여행은 계획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했던가.
출발 두 달 전부터 숙소와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루브르를 비롯한 주요 명소를 하나씩 예약하는 동안 이미 내 마음은 파리에 가 있는 듯 했다.
보름이면 꽤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할텐데,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브런치에 여행기를 써 봐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그리고 여행기를 쓰려면 그냥 남들도 다 가는 곳만 다니는 그런 여행 말고,
나만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예술로 경험하는 파리’라는 큰 주제를 떠올렸지만, 범위가 너무 넓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도 가져온 문학과 미술로 범위를 좁혔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문학과 미술로 만나는 파리 여행”
방문일정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 작가의 집, 예술가의 묘지, 그리고 예술가들이 사랑한 장소들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일반적인 랜드마크들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테마가 있는 여행이지만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쉽게 주제에서 벗어날 거 같았기 때문에 여행 계획에 공을 들였다.
여러 권의 파리 여행서와 인터넷 자료, 그리고 챗지피티와 제미나이의 도움까지 받아 15일 일정을 만들어냈다.
여행도 보름일정인데, 여행 계획을 짜는 데에도 보름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방문지와 이동 동선까지 촘촘히 정리된 일정표를 완성하고 나니 얼마나 든든하던지.
이 종이가 나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고, 여행을 이끌어 줄 것만 같았다.
여행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잡기 위해, 파리와 관련된 책들도 여러권 읽었다.
헤밍웨이의 <파리는 언제나 축제>, 김민철의 <무정형의 삶>, 손미나의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읽으며 나만의 파리를 상상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읽을 책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골랐다.
다시 돌아와 여행기를 쓸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아서였다.
그 외에도 파리와 관련된 전자책 5권을 구입하여 아이패드에 담아 두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줄, 나만의 준비물도 챙겼다.
취미 수준이긴 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남겨보고 싶었다.
A5 스케치북 두 권(수채용과 건식용), 유성 색연필 20자루, 수성 색연필 20자루, 피그먼트 펜 3자루, 연필과 지우개, 연필깎이까지.
과연 현장 드로잉이 가능할까 의심하면서도, 만약 해낸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방을 채웠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그럼, 파리로 떠나보자.
P.S. 파리에 다녀온 지 벌써 석달이 지났다.
아프다는 핑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