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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다올 Apr 28. 2022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파레토 법칙

- 파레토 법칙은 경영학 이론인가, 아니면 세상 만사형통의 법칙인가 -


파레토 법칙의 정의와 왜곡된 사례


 상위 20%의 인구가 국가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 law of the vital few, principle of factor sparsity), 일명 80대 20의 법칙 또는 8대 2의 법칙이라고 하지요. 인구의 20%가 국가 전체 부(富)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불균형적인 부(富)의 분배를 지적하는 것으로써 통계학에서는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IMF사태 직후에 대한민국의 구조조정 컨설팅을 수행했던 기업,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조차 ‘문제의 80% 결과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발생한다’라는 명제 하에서 핵심적인 20%의 원인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른바 맥킨지는 파레토 법칙을 문제해결과정에 접목하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셈이지요.


 파레토 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의 이론에서 그 이름을 따왔으며, 이 용어를 경영학에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경영 컨설턴트 조세프 주란(Joseph Juran)입니다.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난다’는 이른바 파레토 법칙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일부 언론에서 개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개미가 하루 중 실제 일하는 시간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 시간은 노는 데 소비하고, 또 다른 개미집단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전체 개미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빈둥거린다고 엉터리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개미의 실험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왜곡된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파레토 법칙을 우리의 일상에 잘못 적용하고 있는 유사한 사례를 보면,


"기업에서 구성원의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차지하며, 우수한 20%의 인재가 80%의 문제를 해결한다.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 통화량의 80%는 전화를 자주 하는 친근한 20%의 사람으로부터 걸려오고, 자주 통화하지 않는 80%의 사람과 나머지 20%의 통화를 한다. 대학 교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의 80%를 이해하는 학생은 그 강의를 들은 학생의 20%에 불과하다."


파레토 법칙의 문제점과 롱테일의 법칙


 파레토 법칙은 과연 법칙으로서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몇 가지 가설 검증을 통해서 확립된 이론을 확장하여 우리의 일상에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파레토 법칙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파레토 법칙을 기업에 적용하게 되면 20%의 정예인원만 확보하고, 나머지 80%의 인력이 하는 일은 외주를 주어 비용 절감을 하는 외주화 현상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왜곡된 엘리트 지상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80%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즉, 20%의 우수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나머지  80%가 하던 일을 인공지능에게 겨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면  된다는 가설이 성립하게 됩니다.


 한편, ‘하찮은’ 다수가 전체를 주도하는 롱테일(long tail) 법칙은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IT와 통신서비스의 발달로 시장의 중심이 소수의 20%에서 다수인 80%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법칙은 미국의 IT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처음 창안한 용어이며, 80%의 평범한 다수가 핵심 인재 20%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귀결이 됩니다.


 롱테일(long tail) 현상에 따르면, 80%의 비주류 상품 또는 비주류 고객의 매출이 20%의 주류 상품 또는 주류 고객의 매출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시장 지배자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례로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매출의 절반을 비인기 서적에서 올리고 있으며, 이 현상은 음악∙도서∙영화 등 콘텐츠 시장에서 기존의 소위 블록버스터 위주의 시장이 희귀본 마니아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개미의 실험에 대한 올바른 접근


 『일하지 않는 개미』의 저자인 일본 홋카이도  하세가와 에이스케(長谷川英祐) 교수의 연구 결과, 일하지 않는 개미들이 일정 비율 존재해야 그 개미 집단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한 달간 일개미를 관찰한 결과, 처음에 부지런히 일하던 개미가 지치면, 그때까지 일을 안 하던 개미가 비로소 일을 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만약, 일하지 않는 개미가 전혀 없는 집단은 일개미들이 지쳐서 한꺼번에 손을 놓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알을 돌보는 개미가 없어 증식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요컨대, 노는 개미가 있는 집단이 모두가 부지런한 개미의 집단보다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하세가와 교수는 "일하지 않은 개미가 일정 정도 포함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오히려 집단의 존속에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인간의 조직도 단기적인 효율이나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구"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일부만 인용하거나 잘못 이해하여 파레토 법칙에 적용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 만드는 사례가 언론뿐만 아니라 일부 지식인들의 칼럼에서도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대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파레토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하지도 못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 법칙에 대한 새로운 접근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의 법칙은 20%로 표현되는 소수의 엘리트와 80%의 일반적인 다수와의 상관관계로 이해되고 있는데, 그 적용과 해석은 정반대로 합니다. 파레토 법칙은 적은 수의 정예 엘리트 20%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반면에, 롱테일의 법칙은 그 숫자가 훨씬 많은 일반인 80%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파레토 법칙과 롱테일의 법칙은 사람의 일하는 방식에 적용되어야 할 이론이지, 인간사회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적용되는 이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앞에 열거한 사례처럼 파레토 법칙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간사회에 적용하는 우(遇)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보다 효율과 효과를 향상하기 위하여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것처럼, 일의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 배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자연의 이치도 높은 산봉우리가 있으면 그 산봉우리 주변에 낮은 봉우리와 구릉지대가 있어야 그 산봉우리가 존재할 수 있으며, 강물은 실개천이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고, 여러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작은 것이 모여야 비로소 큰 것이 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여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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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인간사회는 사람과의 관계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하고, 경영학의 효율과 성과 중심의 이론을 적용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고, 종국에는 소수 정예 엘리트주의와 성과주의로 인하여 인간성 상실의 파괴적인 사회로 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세종특별자치시 홈페이지, https://www.sejong.go.kr/prog/blog/citizen/sub04_02_01/view.do?mode=list&nttId=1202&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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