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를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유통기한을 본다.
아뿔싸, 유통기한이 3일이나 지났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우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간신히 맛만 보았다.
그런데 맛이 괜찮았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우유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사실 이러한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맛이 괜찮았던 요깃거리들이 꽤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부터 이러한 요깃거리들을 좀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2023년 1월 1일부터 모든 식품에는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이 표시된다고 한다.
지난 7월 23일, 식약처에서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제도가 승인되었다고 한다. 뜬금없이 왜 바꾼다는 것인지 궁금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식약처에서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버려지는 식품은 548만 톤(처리 비용은 1조 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이 생기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의 경험도 그러했듯 많은 사람들이 음식 유통기한은 하루만 지나도 상했을 거라는 인식이 강했을 수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버리곤 했던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23년부터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게 되면 연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165억, 식품 폐기 비용은 8,9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통기한'은 음식이 상할 때를 미리 알려주는 날짜가 아니라, 제품을 만든 날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유통기한'이라는 단어만 봤을 때 '유통'과 '기한'을 분리해서 생각해 보면 그럴싸하게 납득이 된다. '유통'은 말 그대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하는 활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유통기한'이 음식이 상할 때라고 인지하고 있던 것일까? '소비기한'이라는 말이 등장한 만큼, 이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 결론은? 소비자가 한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기간 vs 먹을 수 있는 기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 우유는 앞으로 8년 동안 더 고민해 보겠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우유는 다른 식품보다도 더 철저한 냉장 유통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유는 살균 처리 방법에 따라서 소비기한과 보관 방법이 다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냉장 유통라인이 소비기한을 도입하기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법적 유제품 냉장 온도는 0~10℃라고 한다.(0~5℃인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그런데 한 뉴스 기사에서의 전문가 말에 의하면 '5~10℃에서는 미생물이 자랄 수 있어서 소비기한으로 소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식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한다. 그리고 뒤이어 '우유에 소비기한을 도입하려면 변질된 제품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냉장 온도 관리 방안과 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젖소는 매일 30kg씩 무조건 젖을 짜내야 한다. 때문에 우유 원유 자체는 줄지 않음에도 소비기한을 도입하게 되면 시장 순환이 줄어들면서 원유 재고 문제는 물론, 국내 낙농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신선도로 승부를 보는 국내산 우유 대신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우유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고도 한다. 정말 이렇게 될 일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유에 소비기한을 도입할 수 있는 대책이 꼭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유통기한을 표시하게 된 것은 1985년부터이다. 햇수로 36년째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기에 사람들이 이를 잘 알고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만큼 정부에서는 '소비기한'을 제대로 홍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통기한이 조금 넘었을 때 섭취를 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소비기한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고 기한이 지났을 때 식품을 섭취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이에 반해 상황이 악화되거나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소비기한'에 대한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생활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보관이나 섭취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면 보다 안전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음.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으로 혼동을 불러일으킬 바엔, 차라리 유통기한+소비기한 모두 표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에디터 '옌'의 4줄 요약
1. 소비기한으로 바뀐다고? 왜?
식약처에서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점은?
① 유통기한 :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 즉, 소비자가 안심하고 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간.
② 소비기한 :
(표시된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때)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최종 소비 기한.
3. 그런데 우유는 예외라고?
우유는 살균 처리 방법에 따라서 소비기한과 보관 방법이 다르다.
→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냉장 유통라인이 소비기한을 도입하기에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우유는 '유통기한'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4. 소비기한, 많이 알려지기를
한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조금 넘었을 때 섭취를 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겠다.
→ 하지만 소비기한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고 기한이 지났을 때 식품을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 그만큼 정부에서는 '소비기한'을 제대로 홍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