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게임의 룰을 이해하라

"누가 진짜 주체인가?"

by 박원규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가 다 결정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참 어렵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다.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냥 코디네이터일 뿐이다.


진짜 게임을 이기고 싶다면, 먼저 이 게임의 진짜 룰부터 이해해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진짜 구성요소


표면적 구조 vs 실제 구조


사람들이 생각하는 구조:

대기업 ←→ 스타트업

실제 구조:

CEO/임원진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 (액셀러레이터)

↓ ↓

현업팀 (실무자, 팀장) 스타트업

실제 의사결정


핵심 인사이트: 진짜 주체는 현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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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

스타트업 발굴/모집

프로그램 운영

일정 관리

보고서 작성

(케바케) 투자(의사결정), 출자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가 할 수 없는 일:

협업 여부 최종 결정

협업관련 예산 승인

실제 사업 실행

(케바케) 투자 결정


진짜 결정은 모두 현업에서 한다.



의사결정 단계의 복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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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일반적인 협업 승인 단계(예시):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검토 (1주)

실무진 검토 (2주)

팀장 승인 (1주)

부서장 승인 (2주)

임원 승인 (2주)

다시 실무진으로 내려와서 (1주)

실제 실행 계획 수립 (2주)


총 소요시간: 최소 11주 (약 3개월)



각 단계별 관심사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이거 다 설계해서 떠먹여 주는데 그래도 안하려나?”

“혹시 문제 생기면 내 책임인가?"

"보고하기 좋은 성과가 나올까?"

"리스크는 없을까?"


실무진:

"내 업무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야?"

"우리 팀 KPI에 도움이 될까?"

"시간 낭비는 아닐까?"


팀장:

"상부에 보고할 때 말이 될까?"

"다른 팀과 갈등 생기지 않을까?"

"예산이 필요한가? 추가 예산은?"


부장: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나?"

"리스크 대비 리턴이 확실한가?"

"규정 위반 소지는 없나?"


임원:

"회사 전체 방향성과 맞나?"

"주주들한테 설명 가능한가?"

"언론에 나가도 문제없나?"


스타트업 vs 대기업의 시간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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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3개월:

새로운 기능 출시

고객 피드백 반영

서비스 개선

다음 라운드 준비


대기업의 3개월:

내부 검토 완료

이제 시작 단계

본격적인 논의 시작

"아직 초기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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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빠른' 시일 내에와 그들이 생각하는 '빠른' 시일 내에는 완전히 다르다."



상대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 모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1차 관문: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오픈이노베이션팀 팀장

담당 실무자

액셀러레이터 담당자


2차 관문: 현업

관련 부서 실무자

현업 팀장

현업 부장


3차 관문: 의사결정권자

사업본부장

임원진

때로는 CEO


4차 관문: 지원 부서

전략기획팀 (전략 검토)

법무팀 (계약 검토)

IT팀 (시스템 연동)

구매팀 (계약 절차)


각자 다른 KPI, 다른 관심사


OI 담당자의 KPI:

협업 건수

프로그램 무사 완료

상부 보고용 성과


현업의 KPI:

매출/비용 목표

고객 만족도

업무 효율성


임원의 KPI:

전사 성과

주주 가치

브랜드 이미지


같은 프로젝트를 놓고도 모든 사람이 다른 기준으로 평가한다.


평가 기준의 이중성


공식적 평가 기준


대부분의 오픈이노베이션 평가표:

기술력 (30%)

사업성 (25%)

팀 역량 (20%)

협업 가능성 (15%)

혁신성 (10%)



숨겨진 진짜 평가 기준

OI 담당자가 실제로 고려하는 것:

"이 스타트업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은 없을까?" (30%)

"보고서에 쓰기 좋은 스토리가 있나?" (30%)

"현업에서 받아들일 만한가?" (30%)

"언론에 나가도 문제없나?" (10%)


현업이 실제로 고려하는 것:

"내 업무가 늘어나나?" (50%)

"확실한 ROI가 있나?" (30%)

"리스크는 없나?" (20%)


임원이 실제로 고려하는 것:

"전략적 가치가 있나?" (60%)

"대외적으로 어필할 수 있나?" (30%)

"예산 대비 효과가 확실한가?" (10%)



평가위원별 관심사 차이


내부 임원진:

회사 전략과의 일치성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

조직에 미칠 영향

현업진:

실무적 협업 가능성

기술적 완성도

즉시 활용 가능성


외부 위원:

객관적 기술 수준

시장성

혁신성


같은 스타트업을 보고도 각자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린다.



현업 중심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


OI 담당자를 설득해도 소용없다

OI 담당자가 아무리 좋아해도:

현업에서 거부하면 끝

실제 실행은 현업이 담당

예산도 현업 부서에서 나옴


현업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현업이 원하는 것:

명확한 비즈니스 가치

업무 부담 최소화

확실한 성과 보장


현업을 설득하는 방법:

그들의 KPI를 이해하라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라

그들의 일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제안하라

리스크를 최소화해서 제시하라



게임의 룰 정리


Rule 1: OI 담당자는 게이트키퍼일 뿐이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님

하지만 게이트키퍼 역할은 중요

OI 담당자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함


Rule 2: 현업이 진짜 의사결정권자다

실제 협업은 현업과 함

예산 승인도 현업에서

성과 평가도 현업 기준


Rule 3: 각자 다른 KPI를 가지고 있다

OI 담당자용 메시지 ≠ 현업용 메시지

똑같은 제안을 다른 언어로 포장

각자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


Rule 4: 의사결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스타트업 시간 ≠ 대기업 시간

최소 3개월은 기본

급하게 밀어붙이면 역효과


Rule 5: 많은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 사람만 설득하면 되는 게 아님

여러 부서, 여러 레벨 모두 고려

반대 세력 하나만 있어도 무산



이 룰을 알고 나면 보이는 것들


왜 많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가?


게임의 룰을 모르기 때문이다.

OI 담당자만 설득하면 될 줄 안다

기술력만 어필하면 될 줄 안다

빠른 결정을 기대한다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한다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점


게임의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단계적 접근

OI담당자 → 현업 → 의사결정권자 순서

각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정확히 제공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OI담당자에게는 안전성과 보고 편의성

현업에게는 실용성과 효율성

임원에게는 전략적 가치와 성과

현실적 기대치

빠른 결정을 기대하지 않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작은 성공부터 차근차근

관계 중심 사고

기술 판매가 아닌 파트너십 구축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

Win-Win 구조 만들기


실전 적용: 게임 룰 활용법


첫 미팅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


OI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 ]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가?

[ ] 현업 담당자는 누구인가?

[ ] 타임라인은 어떻게 되는가?

[ ] 예산 승인 권한은 어디에 있는가?

[ ] 과거 성공 사례는 무엇인가?


현업과의 미팅 기회가 있다면:

[ ] 현재 가장 큰 고충이 무엇인가?

[ ] 성과 측정 기준은 무엇인가?

[ ] 의사결정 권한의 범위는?

[ ] 다른 솔루션을 검토해본 적이 있는가?

[ ] 내부 반대 의견은 없는가?


제안서 작성 시 고려사항


OI 담당자용 제안서:

안정성과 검증된 기술력 강조

타사 레퍼런스와 사례 중심

리스크 최소화 방안 제시

보고서에 쓰기 좋은 성과 지표


현업용 제안서:

구체적인 ROI 계산

업무 효율화 효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단계별 실행 계획


임원용 제안서:

전략적 가치와 비전

시장 트렌드와 경쟁사 동향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장기적 성장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있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의 역설


단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복잡하고 번거롭다


장점:

한 번 통과하면 안정적이다

여러 부서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규모 협업 가능성이 높다


현업 중심 접근의 장점


현업을 내 편으로 만들면:

OI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속 가능

실질적인 협업 진행

예산 확보 용이

타 부서로 확산 가능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멀리 가는" 전략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 번 성공하면 큰 임팩트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업

다른 대기업으로의 확산 효과



마무리: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라


룰을 바꿀 수는 없다


"이 복잡한 시스템이 왜 이렇게 되어 있는 거야?"


이런 불평을 해봤자 소용없다. 이게 대기업의 현실이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룰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답이다


스마트한 스타트업은:

시스템을 탓하지 않는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활용한다

각 플레이어의 역할을 이해한다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


다음 단계

게임의 룰을 이해했다면:

우리 타겟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파악

각 단계별 핵심 인물 식별

단계별 접근 전략 수립

장기적 관점에서 관계 구축


다음 챕터에서는 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왜 90% 이상이 실패하는지, 그 구조적 원인들을 자세히 분석해보겠다.


"게임의 룰을 모르면 게임에서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룰을 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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