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 퇴직 전 테스트

회사 다니며 검증하라

by 박원규

Chapter 16. 퇴직 전 테스트: 회사 다니며 검증하라


2025년 가을, 저는 한 공유오피스에 앉아 있었습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내 책상"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23년간 회사를 다니며 수많은 책상에 앉아봤지만, 진짜 내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책상에 앉아 문득 생각했습니다. "왜 진작 이런 곳을 다니지 않았을까?" "회사 다닐 때 주 1~2회 저녁이나 주말에라도 이런 곳에서 내 사업을 준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회사 다닐 때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 1~2회, 저녁 2시간이라도 공유오피스나 스터디카페에서 은퇴 준비를 했다면. 그 시간들이 쌓여서 퇴직 시점엔 이미 준비된 사업이 있었을 겁니다.

퇴직 2년 전, 저는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를 오가며 주말마다 5~6시간씩 공부했습니다. 그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되는구나.” 집안 일과 사람 만나는 일에 치여 산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다니는 것들은 오히려 아이와의 유대관계 향상이나 부부관계에도 도움이 됐고, 오랜만에 공부라는 걸 하면서 그 과정 자체의 자존감 향상과 만족감도 상당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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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으면서 시장을 확인한다


2023년 9월, 김상훈씨(가명, 52세)는 회사에서 받은 출장비 정산서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3일간 부산 출장. 교통비 18만원, 숙박비 25만원, 식비 12만원. 합계 55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쓴 돈은 20만원이 채 안 됐습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지인과 밥을 먹고, KTX 대신 SRT를 탔기 때문입니다. 차액 35만원을 받아서 개인 통장에 넣었습니다.

그 순간 김씨는 깨달았습니다. "하루 출장으로 35만원을 번 셈이네?"

다음 주, 그는 크몽에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20년 제조업 경험. 공장 효율화 컨설팅." 가격은 1회 5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아무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는 가격을 내렸습니다. 1회 20만원. 그리고 첫 문의가 왔습니다. "공장 레이아웃 좀 봐주실 수 있나요?" 토요일 오전, 경기도 안산의 작은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2시간 컨설팅. 2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날 저녁, 김씨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되네?"


월급 받으면서 부업을 테스트하는 것. 이것이 소프트랜딩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왜일까요?


첫째, 실패 비용이 낮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니까 급하지 않습니다. 20만원짜리 컨설팅이 안 팔려도 괜찮습니다. 가격을 조정하고, 상품 설명을 바꾸고,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시간이 있습니다. 퇴직 후라면? 매달 생활비가 나가는데 수입이 없으면 불안합니다. 조급해집니다. 무리한 할인을 하거나, 안 맞는 일을 억지로 받게 됩니다.


둘째,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가치와 시장이 인정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년 경험"을 강조했더니 반응이 없었는데, "공장 레이아웃 개선으로 재공정률 30% 감소, 원가 월 300만원 절감"이라고 바꾸니 문의가 왔습니다. 경험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이런 걸 퇴직 전에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셋째, 퇴직 후 바로 수익화가 가능합니다. 3년간 주말 컨설팅을 10건 했다면, 퇴직하는 순간 이미 당신은 10건의 레퍼런스가 있는 전문가입니다. 후기도 있고, 포트폴리오도 있고, 재의뢰 고객도 있습니다.


김씨는 퇴직 3년 전부터 주말마다 1~2건씩 컨설팅을 했습니다. 처음엔 20만원, 나중엔 50만원, 100만원까지 올렸습니다. 퇴직할 때쯤에는 월 평균 4건, 월 400만원 정도 수익이 나왔습니다. 퇴직 후 첫 달, 그는 혼란스럽지 않았습니다. 이미 고객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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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콘텐츠로 만드는 습관


저는 23년간 일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투자도 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그때 메모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립니다.

퇴직 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때 정리해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회사 다닐 때 겪은 일들, 회의에서 나온 통찰들, 실패한 프로젝트의 교훈들. 그것들이 전부 콘텐츠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업무 일지를 쓰듯, 매주 1시간만 투자해서 "이번 주에 배운 것"을 정리하는 겁니다. 노션이든 에버노트든 워드든, 도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습관입니다. 실패노트를 만들지 않은 것이 참 후회로 남습니다. 회사에만 남아있는 내 인사이트 보고서들도 너무 아깝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회의에서 "고객 이탈률이 20%에서 12%로 떨어졌습니다"라는 보고를 들었다면, 메모합니다. "어떤 조치를 했길래 8%p가 떨어졌지? 그 과정은?" 나중에 그게 글이 되고, 강의 자료가 되고, 컨설팅 사례가 됩니다.

실제로 저는 카드상품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고, 고객에게 부가서비스로 제공되는 혜택들이 어떻게 비용 및 가격으로 설계되는 지에 대한 내용을 갖고도 스타트업 컨설팅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어디에 도움될 꺼라는 생각을 못했지만, GLG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을 몇 건 진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을 샀다면 "왜 샀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뭘 배웠는지" 기록합니다. 손실을 봤다면 그 이유를. 수익을 냈다면 그 패턴을. 10년 치 투자 일지가 쌓이면 그게 책이 됩니다.

회사 다니면서 경험한 모든 것이 자산입니다. 단, 정리해뒀을 때만요.


새로운 플랫폼들이 열리고 있다


크몽, 숨고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은 이제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시니어 전문 플랫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리라랩(ReLa.LAB): AI 기반 시니어 전문가 구독 플랫폼입니다. 기업이 필요할 때 시니어 전문가를 멘토나 컨설턴트로 구독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발성 일자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게 특징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인사, 전략, 마케팅, 재무,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시니어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원해(wewanto): 전국의 공공기관에서 모집하는 평가위원, 심의위원, 심사위원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았습니다.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의 제안서를 평가하는 위원 모집 공고를 지역별, 분야별로 찾을 수 있습니다. 경력을 가진 중장년층이라면 주말에 반나절 투자해서 30~50만원을 벌 수 있는 기회들이 매일 올라옵니다.


프로필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학습입니다. 내 경험이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되는지, 경쟁자는 누구인지,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 이 모든 걸 회사 다니면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평가위원으로 발을 담근다


평가위원은 퇴직 전 테스트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은 매년 수천 건의 사업 제안서를 평가합니다. 평가위원이 필요합니다. 보수는 반나절 기준 30만원, 종일 기준 40~50만원 정도입니다. 시간은 하루 3~4시간에서 7~8시간 사이입니다.

2021년, 최윤정씨(가명, 51세)는 창업진흥원 평가위원을 등록했습니다. HR 컨설턴트 경력 18년. 첫 평가위원 신청을 했습니다. 창업진흥원의 "청년창업 지원사업 평가위원." 선정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기업, 공공기관 등의 현직에 재직중인 사람은 창업진흥원 평가위원 Pool에 쉽게 등록이 됩니다. 하지만 퇴직을 했다면,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등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현직에 있을 때 경험해봐야 합니다.


금요일 오전 9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회의실. 제안서 10개를 평가했습니다. 3시간. 보수 30만원. 최씨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돈이 되네?"


평가위원의 장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시간 부담이 적습니다. 월 1~2회, 반나절이면 됩니다.

둘째, 전문성이 쌓입니다. 수십 개 제안서를 보다 보면 업계 트렌드가 보입니다.

셋째, 네트워크가 생깁니다. 같이 평가하는 위원들, 사업 담당자들. 나중에 일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씨는 3년간 평가위원을 30회 했습니다. 퇴직 후, 그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정기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월 200만원 고정 수익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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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멘토링은 무료 수익화 연습


저도 퇴직 전 7년간 다양한 스타트업을 무상으로 멘토링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선정기업들. 그들의 상당수가 지금은 제 고객입니다.


창업진흥원, 서울핀테크랩,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멘토링 프로그램. 정부나 지자체에서 스타트업 멘토링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정부 멘토링은 무료가 아닙니다.

시간당 10~20만원을 정부에서 지급합니다. 스타트업은 무료로 받지만, 멘토는 돈을 받습니다. 이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입니다. 정부가 멘토링 시장을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 컨설팅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멘토링을 적극 권합니다. 왜냐하면 월급 받으면서 "내가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나?"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개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압니다. 내 조언이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 스타트업들은 그 회사 명함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매년 약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파트타임이지만 C레벨 임원으로 합류해주시면 어떨까요?" 지금도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아니지만 자문료를 받습니다.

퇴직 전 무상 컨설팅. 그게 퇴직 후 유료 수익으로 이어졌습니다.


실무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들


여기서 중요한 실무 이슈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 연간 2천만원 기준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하면 건강보험 요율이 변경됩니다. 즉, 회사에 알려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부업을 금지하진 않지만, 분위기상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전략은 이렇습니다. 퇴직 3년 전까지는 연간 1,500만원 선에서 관리합니다. 월 120만원 정도입니다. 평가위원 월 2~3회, 컨설팅 월 1회 정도면 적당합니다. 퇴직 1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려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1년 뒤엔 회사를 나갈 테니까요.

둘째,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사전 신고가 필수입니다.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 부문은 외부 활동에 대한 규정이 엄격합니다. 평가위원이든 멘토링이든, 사전에 신고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퇴직 전이라도 반드시 소속 기관의 규정을 확인하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실패도 자산이다


2020년, 김태영씨(가명, 49세)는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50대 재테크." 3개월간 영상 20개를 올렸습니다. 구독자 87명. 조회수 평균 120회.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실패가 자산이 됐습니다. "유튜브는 나랑 안 맞네." 이걸 퇴직 전에 알았습니다. 만약 퇴직 후에 유튜브에 올인했다면? 6개월을 허비했을 겁니다.

김씨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유튜브 대신 브런치. 영상 대신 글. 1년간 50편을 썼습니다. 방문자 월 5천 명. 애드포스트 수익 월 20만원. 작지만 시작이었습니다.

퇴직 2년 전, 김씨는 전자책을 냈습니다. "50대가 꼭 알아야 할 연금 설계 10가지." 크몽에 올렸습니다. 9,900원. 첫 달 판매 3권. 수익 29,700원. 실패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 판매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월 50권, 100권, 200권. 1년 후엔 월 300권. 월 수익 300만원. 퇴직 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이건 안 되는구나"를 빨리 아는 것. 그게 자산입니다. 월급 받으면서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 퇴직 후 실패하면? 재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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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지금 시작할 수 있다


2024년 12월, 김상훈씨는 퇴직했습니다. 그리고 첫 달 수익은 650만원이었습니다. 컨설팅 5건, 평가위원 3건. 회사 다닐 때 연봉의 80% 수준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3년 전에 크몽에 프로필 만든 게 시작이었어요. 그때 안 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지금 몇 살입니까? 퇴직까지 몇 년 남았습니까?

5년 남았다면, 오늘 프리랜서 플랫폼에 가입하세요. 3년 남았다면, 이번 주말 위원해에서 평가위원 공고를 찾아보세요. 1년 남았다면, 다음 달 첫 수익 목표를 세우세요.

테스트는 지금입니다. 월급 받을 때 실패하세요. 퇴직 후엔 실패 비용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주말 저녁이라도 공유오피스나 스터디카페에 나가세요. 내 책상, 내 자리에서 내 사업을 준비하세요. 회사 책상에서는 절대 안 보이는 것들이 그곳에선 보입니다.


당신의 경험은 이미 상품입니다. 지금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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