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주~30주
임신 출산 선배님들의 단톡방에서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받았단다.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역방쿠, 범보의자, 스와들업 같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더라.
필요한 항목만 120개가 넘었어.
거기엔 각 항목별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까지 적혀 있었으니 처음엔 암호같기도 했어.
이걸 다 사야하냐고 물어보니 선배님들은 나에게 쇼핑 핫딜 키워드를 등록해 놓고 라방을 찾아보라고 하더라.
도대체 키워드는 어디에 어떻게 등록하는 건지, 라방이 라이브방송의 줄임말이란 것도 그땐 몰랐단다.
내가 일하느라 정신없던 십여년간 세상은 많이 바뀌어 있었어.
특히 줄임말에 익숙하지 않던 나는 그 카톡방에서 나오는 줄임말을 기억해놨다 검색하는 게 일이었어.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흔히 말하는 MZ세대이니 이게 세대차이가 아니겠니?
배우는 자세로 모르는 건 물어보고 검색해가면서 서서히 단어들에 익숙해지고 가끔 그 선배님들 집에도 놀러가고 애기들도 직접 보니 내가 임신했다는 것도 실감이 나더라.
그즈음부터 카페에 등록해놓은 핫딜 알림과 당근마켓 알림과 라방 공지가 내 핸드폰을 연신 울리기 시작했어. 조용하던 내 핸드폰에 자고 일어나면 새글 알림이 수백개씩 떠있었어.
처음엔 그것조차 어떻게 봐야하는지 몰랐어.
업무때문에 만들어놓은 단톡방 알림이 수십개 일때는 있었지만 쇼핑 알림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니...
내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거야. 하하하
놀라운 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밤이고 새벽이고 낮이고 끊임없이 서로 궁금한 건 물어보고 알아봐주고 하는 부지런함과 정보력이었어.
나보다 많게는 11살 작게는 3살이 어린 동생들인데 너무 대단하고 고맙고 훌륭하게 보였어.
나도 급할 땐 어딘가 물어볼 데가 있다는 게 그렇게 든든할 수 가 없었어.
입덧이 잦아든 여름부터 하루에도 수십번 핫딜과 당근마켓을 오가며 필요한 항목들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기 시작했어.
핫딜은 뜨자마자 바로 사지 않으면 금새 매진이 된다는 사실과 당근마켓이 새상품보다 비싼 경우도 있고 괜찮은 물건은 나오자마자 팔려나가는 마켓의 속성도 알게 됐단다.
그리고 육아용품은 사용기한이 짧아 당근마켓을 통한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도 알게됐지.
배가 불러 이동이 어려워지기 전에 준비하느라 여름이 가는 줄도 몰랐어.
너의 태교 중 팔할은 핫딜과 당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