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감의 큰 원인이 밤잠을 제대로 못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된 게 50일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수렁에 빠진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자는 '백일의 기적'이었다.
그 시기 나를 살게한 건 팔할이 그날이었다.
배고픔에 깨서 버둥대는 아이를 안고 분유를 타고 트림을 시킬 때마다 디데이 달력을 하염없이 봤다.
저 달력이 몇 장 더 넘어가면 이 고통이 끝나겠지?
그렇게 버티고 버텨 99일이 되던 날 새벽에도 여지없이 울어대던 아이를 안고 내일이면 진짜 통잠을 잘까? 의문을 잠시 품었지만 그래도 믿었다.
'백일의 기적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닐거야. 백일이 되는 날 정말 기적이 일어날거야' 했지만 다음날 새벽 3시에 새싹이는 어김없이 울어재꼈다.
나는 동굴 속 호랑이처럼 뛰쳐나가고 싶었다.
아마도 시험이거나 일이었다면 벌써 한참 전에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백일의 기적은 백일의 기절이 되고 말았지만 어미된 책임감에 버티고 버텼다.
그 책임감은 새싹이가 백일을 정확히 셀 수 없었을 것이고 조만간 백이라는 숫자를 어느 정도 알게될 때 통잠을 잘 것이라는 정신 승리를 불러왔다.
백일의 희망이 사라지니 아무 생각도 없어졌다.
다른 집 애들은 내리 통잠을 잔다는데 너는 왜 그렇게 배가 고프니? 새싹이한테 묻기도 많이 물었다.
자기 전에 양도 더 먹여보고 분유도 한 스푼 더 넣어보고 분유 단계도 바꿔봤다.
그렇지만 녀석은 아랑곳 없었다.
새벽 서너시만 되면 어김없이 자지러지게 울어재끼는 녀석.
그런데 기적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백이십일이 지날즈음 수유 노트를 보다가 새벽 수유 이후 7~8시간이 지나서 아침 수유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때서야 이 녀석이 새벽에도 안먹고 버틸수 있구나를 알았다.
며칠 그렇게 지켜보다가 결전의 날 새벽에 울어도 분유를 주지않고 토닥거리며 쪽쪽이를 물렸다.
분유인줄 알고 계속 빨다가 아니다 싶으니 뱉고 울고 또 쪽쪽이 물리고 토닥거리고 안되면 안아서 토닥거리고 그렇게 버텼더니 새싹이는 포기하고 잤다.
아! 이게 되는구나...
처음으로 희망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