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46살 아이가 31개월 아이를 키우는 방법

아이는 미친 듯이 울고 날뛰었다.

바닥을 뒹굴고 발로 바닥을 치고 손으로 자기 입을 할퀴었다.

입안에 상처가 나고 입술에 피가 맺혔다.

그래도 화가 안 풀렸는지 안아 다독이려는 엄마와 아빠를 때렸다.

31개월 밖에 안된 아이에게 저런 폭력과 화가 내재되어 있다니 놀랍고 무서웠다.

나는 작은 짐승의 몸부림과 으르렁거림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아이는 씻지 않겠다고 했다.

여러 번 달래고 설득하고 혼내도 거부했다.

씻지 않으면 엄마, 아빠랑 같이 잘 수 없다고 했다.

거실에서 "혼자" 자라고 했다.

안방 문 앞에서 한참 울더니 스스로 그치고 씻는다고 들어왔다.

안방에서 기다리던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내 훈육이 먹혔구나.

엄마가 시키는 걸 안 하면 벌을 받는다는 걸 이해했구나 싶었다.


일은 이후에 벌어졌다.

씻고 들어와 아이를 재우는데 누워있던 아이가 "엄마 싫어. 혼자 잘 거야!" 고함지르고 발을 구르고 뒹굴고 난리를 피웠다.

좀 놔두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모른 척하고 자는데 점점 강도가 세졌다.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만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아이는 아빠의 소리에 더 울고 발악을 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선잠이 들어 잠꼬대를 하는 거라 생각해 거실에 불을 켜고 아이를 깨웠다.


아이는 바닥에 내려놓자 눈을 떴다.

더 심하게 뒹굴고 소리 지르고 발악을 했다.

힘이 좀 빠졌을 때 남편이 안으면서 "같이 자자. 엄마 아빠는 우리 아기랑 같이 자고 싶어."라며 연신 달랬다.

방으로 들어와서도 아이는 우리 침대가 아닌 자기 침대로 가서 등을 돌리고 혼자 잔다고 했다.

웅크리며 돌린 작은 등을 보며 그제야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줬구나 싶었다.

얼마나 상처가 크면 저렇게 강하게 표현할까 싶었다.


"엄마가 너한테 그렇게 큰 상처를 줬는지 몰랐어. 미안해."

"상처받을 거야. 엄마 싫어!"

아이는 나의 사과를 완강히 거부했다.

상처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말이 내 가슴에 툭 떨어졌다.

아이를 안고 엄마가 그 상처 낫게 해 주겠다고 가슴과 배를 쓰다듬고 뽀뽀하고 원하던 장난감을 사주는 걸로 그날 밤은 그럭저럭 지났다.

이후에도 아이는 혼자 논다. 혼자 잔다. 혼자 있는다. 는 말을 자주 했다.

잊지 않고 지속해서 '혼자'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뇌리 깊이 박힌 게 아닌가 싶다.


아이를 혼낼 때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걱정에 그동안 참았던 분노, 좌절, 짜증 같은 나의 감정이 골고루 버무려진다.

그러다 감정이 격해지면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협박형>

이렇게 네가 엄마말을 안 들으면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해.

입원하면 너랑 같이 잘 수도 없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

그래도 돼?


<공포유발형>

내 말을 이렇게 안 듣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키우겠어.

이 집에서 나가.

아니면 다른 엄마 찾아 가.

여기서 내 말이 안 먹히면 현관문을 열고 아이를 밀어 냄.


<분노폭발형>

야! 야야!

소리 지르고 보는 앞에서 물건 던지기



간접이든 직접이든 나의 경험과 감정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일 것이다.

아이의 잘못된 언행을 고친다는 명분이지만 그곳엔 내 오래된 상처가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지 묻는다면

마음틀이 단단하고 마음밭이 넓고 넉넉해

유연하고 의연하게 세상을 살아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는 정반대로 아이의 마음기초를 내가 불안하고 신경질적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상처와 감정의 대물림을 끊어야 했다.

그건 어미가 된 이상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고치거나 자기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하는데

내 감정이 우선시되니 효과는커녕 아이에게는 불안한 정서를 나에게는 자책만 강화하는 결과를 갖고 왔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었다.

아이는 어릴 때 가끔 나를 물었는데 한동안 그러지 않다가 갑자기 흥분해서 나를 물었다.

좋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 같았지만 고쳐야 할 것 같아서 훈육에 돌입했다.

옆에 있던 남편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물려서 아프고 화나는 감정이 발화하고 아이가 타인에게도 그럴까 봐 걱정으로 옮겨 붙으면 감정의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에는 내 감정보다 무는 건 나쁜 행동이고 잘못 행동한 상대에 사과하는 것에 집중했다.

예전엔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고 거부하는 아이를 힘으로 제압했다면 이번엔 차분하고 단호하게 벽을 보고 혼자 앉아 있으라고 말했다.

생각하는 의자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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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앉아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고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멀리 떨어져 아이 쪽은 보지 않고 책을 읽었다.

아이는 뒤돌아 몇 번 나를 보더니 자기는 여기가 좋아서 계속 앉아 있겠다고 버텼다.

내가 자세를 똑바로 하게 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계속 앉아있어야 한다고 말하니 조금 있다 흐느끼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나오려고 하기에 다시 가서 여기 앉아서 생각해 보고 사과할 마음이 생기면 나오라고 했더니 잠시 앉아 있다가 울면서 나에게 와서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했다.


고집이 센 아이라 거의 20분가량 걸렸다.

지난번처럼 아이에게 상처만 남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지만

내가 흥분하지 않으니 아이의 감정변화가 읽혔고 행동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미안하단 말이 나오기 무섭게 봉인이 해제된 남편이 방에서 나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아이를 칭찬했다.

나도 아이를 꼭 안아주며 용감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힘들었는지 금세 내 품에 안겨 울먹이며 잠들었다.

젖 먹일 때 자세로 안겨있는 아이를 보며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나도 많이 자라는 중이야.

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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