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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05. 2024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기준선 테스트 : 통제의 수단


조는 수시로 기준선 테스트를 거친다. 하얗고 텅 빈 공간, 독립된 상태. 방안을 울리는 단어들. "감방, 연결되다, 방안에 연결되다, 두렵게, 구별되는, 두렵게 구별되는, 어둠..." 처음 이 장면에 주목하게 된 건 순전히 테스트의 메커니즘에 대한 호기심에서였다. 저 일련의 과정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반응을 통해 현재의 심리상태를 발견해내는 것인지.


방식이야 어떻든 기준선 테스트는 통제를 위해서 대상의 특정 감정을 이용한다. <더 기버, 2014>에서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을 통제한다. 그곳의 모든 이들은 평이한 감정 상태를 가지게 되고 그 덕분인지 그곳은 행복과 평화만 존재한다. 더 기버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다. 감정의 통제. 난 그중에서 불만의 통제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불만을 잠재우고 나니 사람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것에 수동적이게 되었다. 불만은 종종 부정적인 감정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사회를 위해선 불필요한 감정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불만이란 것은 현재의 상태가 나와 맞지 않음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선, 맞지 않은 것을 내게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감정이다. 부당함을 알아차리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내가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시작되는 것. 결국 불만이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창이자 방패이기에 지켜져야 할 감정이다.



위와 아래의 기로


진짜 인간과 껍데기 리플리컨트. 껍데기 취급받는 이들은 진짜 인간보다 우수해 보인다. 그런데도 그들은 계급의 밑바닥에 위치해있다. 계급이 나뉘는 건 한 끗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식". 객관적인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의 의견 또한 중요하지 않다. 그저 대중의 뜻이라 비춰지는 어떤 것이 중요할 뿐이다. 여기엔 이런 이유가 붙는다. 누가 더 우월하고 누구는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영화 <가타카, 1997>에서는 위와 아래의 기준을 신체에 국한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신체 기능이 뛰어난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데 여기서는 우성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더 우월하다.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선 조상의 신분으로, 인종으로, 두뇌로, 돈으로 계급을 나눈다. 이처럼 계급의 기로는 절대적이지 않다. 말하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며 그날 그곳에 함께 한 타인의 의견이 중요하다. 애초에 계급을 나눌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제대로 된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잘못된 길


"아기가 태어나면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어."


억눌려 살아가고 있는 리플리컨트들에겐 그들로부터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단 사실은 진짜 하나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자체가 그들에게 거대한 용기와 힘을 부여할 수 있기에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의도야 어찌 되었든 자신이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선 생식 능력이 필수는 아니다. 이런 잘못된 명제는 당장에야 기적이니 뭐니 해서 좋은 파장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이후엔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인식이란 특히나 큰 사건을 마주하고 난 후엔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자리 잡혀서 그른 일을 하기 쉽다.



K가 맞이한 결말


K는 그 누구에게도 존중과 환영을 받지 못했다. 밖에선 껍데기 취급을 당하고, 위안을 주던 조이는 초기 설정에 의해 자신을 인위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한때 자신이 특별하다는 희망을 품었으나 그마저도 꺾이고 만다. 계속되는 결핍과 드러나는 자신의 무가치함. 그는 잔인하다 싶을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자신을 희생한다. 그의 희생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다 잃었음에도 미소 지으며 끝을 맺던 K. 마지막이 더 가슴 아팠던 건 일방적으로 갈가리 찢기기만 한 그의 마음에 대한 연민과 약간의 공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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