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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05. 2024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2016)


뮤지컬 영화


뮤지컬 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춤과 노래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이게 다가 아님을 알게 했다. 분명 영화의 공간 배경은 무대 밖인데 연극 무대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장면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연극적인 묘사, 스포트라이트, 뮤지컬 무대 위에 있는 듯한 인물들의 제스처는 물론이고 그들의 과장된 표정 연기. 이 영화는 그 와중에 영화라는 매체에서 얻어갈 수 있는 장점까지 챙겼다. 배경의 자유로움과 다양한 등장인물들, 무대에선 살리기 힘든 규모. 정말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잘 살린 영화다.



재즈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구식 자동차에, 유행에 뒤떨어진 재즈를 사랑하고, 누군가가 사용했던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남자. 클래식한 것을 사랑하는 그를 보니 오래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된 것들은 살아서 버텨온 세월의 무게만큼 묵직함을 자랑한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강직함.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변화 앞에선 그 묵직함도, 강직함도 무용지물이다.


영화에서 유행과 결합한 재즈가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재즈가 다시 사랑받기 위해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선 현대적인 재즈의 재탄생은 불가피하고. 하지만 ‘온고지신’에 익숙해져 있던 나도 새로운 재즈의 탄생은 그리 편히 보지 못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살아남아 사랑받기 위해서라면 발전은 필수다. 하지만 재즈를 그 자체만으로 사랑받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 이에 대한 답은 영화의 엔딩에서 얻을 수 있었다.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재즈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의 것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재즈를 사랑한다면 재즈를 훼손시키지 말자. 그 자체로 사랑받게 하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내가 생각난다. 당시엔 '얻을 게 없는 영화'라고만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에까지 이어져 라라랜드에 관해 얘기할 기회만 생기면 "난 그 영화는 별로..."라는 말을 쉽게 하고 다녔다. 대충 겉만 핥았더니 이 영화의 어여쁨과 복잡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대상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정말 자세히, 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마치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마치 재즈를 향한 세바스찬의 마음처럼.



소년미, 꿈으로 빛나는 사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대중의 흐름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미 한물간 재즈를 사랑하게 만들겠다는 세바스찬의 말은 현실성 없게 들린다. 배우의 꿈을 꾸고 있지만 수시로 오디션에 떨어지는 미아도 마냥 철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건, 오히려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건 그들이 보여주는 '소년미'에 있다.


나에게 있어 소년미라는 단어는 꽤 높게 평가되는 말이다. 열망하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향하는 마음엔 순수함과 즐거움이 담겨있으며, 그때만큼은 맑고 밝은 사람. 그 사람은 부끄럼쟁이라 평소엔 낯을 가릴 수도 있고, 신중한 사람이라 말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세상에 무관심하여 뚱한 표정으로 다소 귀찮은 듯이 행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을 꿀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빛나는 사람. 순수하게 빛나는 사람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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