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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May 05. 2024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순수함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순수"하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영화 내엔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넘쳐난다. 장면 하나하나가 맑고 투명하며 동화적이다. 엄마인 핼리는 딸인 무니를 사랑한다. 친구들 또한 무니를 좋아한다. 그들의 막힘없는 관계가 그들을 순수한 존재로 만든다.


난 순수함을 때가 묻지 않은 상태로 정의한다. 이때의 때는 드러나는 행위, 감정이 본래의 의도를 고의로 감출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솔직하게, 꾸밈없이 사는 이들의 모습은 순수하기만 하다.


아이는 순수함을 가장 잘 대변하는 존재이다. 아직은 현실이 주는 아픔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내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이들의 순수성은 어른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그 역할을 바비가 수행한다. 그래서 곳곳에 자리한 현실의 잔혹함을 맞닥뜨릴 때도 순수성이 보존될 수 있었다.



깨어나는 현실성을 뒤로하고


이 영화 속 동화에 온전히 심취해있기 힘들다. 현실은 이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세상에서도 자신이 존재함을 우리 모두에게 계속해서 일깨운다.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은 가족의 형태, 불안정한 주거 및 생활 환경,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싶지만 사실은 방임된 채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의 공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동화와 잔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이들 삶의 숨겨진 처참함을 더 극적으로 만들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다. 감상 이후 이성적인 태도로 이들 삶의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직후의 난 어른이 아닌 아이였다. 내가 인식한 것 이상으로 이들에게 너무 동화됐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 영화의 끝에 남긴 것도 현실의 참혹함과 냉철함, 무관심함보다는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스러운 삶,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관계에 더 눈이 갔나 보다.



분리의 타당성


우린 왜 건강한 가족의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가. 무니는 핼리와 분리되어야만 했는가. 사랑하는 이들을 분리해야 할 만큼 건강하지 못한 상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무니와 핼리 앞에서 기존에 옳다 여겼던 잣대가 무너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부모라면 건강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한 생명을 키우는 데 대한 책임감이 강해야 하며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라 무조건 지켜져야 하며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 생각했다.


영화는 그래서 무섭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 강한 관념을 무너뜨렸으니.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 무니의 미래가 밝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성적으로는 이들이 건강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마음은 이들의 분리를 허용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이들이 가족에 대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을 벗어남에도 진정한 가족,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임을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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