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무사+무사레코즈+카페공드리가 만들어내는 문화예술적 로컬의 가치
제주의 동쪽 수산리라는 곳에 책방무사, 카페공드리, 무사레코즈가 모인 멋진 곳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책방무사를 지나치며 가봐야지 하면서도 몇 년 전 책방무사의 주인장이신 요조 님과의 만남이 먼저 이루어지고 정작 책방무사는 이제야 방문을 했습니다. 요조님은 홍대여신 시절부터 팬이었고 오래 가지고 있던 1집 앨범에 사인을 받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목표는 책방무사였지만 제 취향에 부합되는 너무나 반가운 공간이 두 곳이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으로 모여 있어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최근 제주는 작은 책방이 많이 생겼습니다. 제주시 도심에도 미래책방 같은 곳이 있지만 제주 전역에 여기에도 책방이 생길 수도 있구나 하는 그런 장소에 생기고 있습니다. 책방무사도 여기에?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지만 멋지게 자리 잡았더군요. 책방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무사레코즈라는 음악을 다루는 곳이 생겨 즐거움이 두 배가 됐습니다. 거기에 맛있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공드리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라고나 할까요. 저는 이런 장면이 로컬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지역성의 기반이 되는 오래된 공간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낯선 장면을 만들어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런 기획은 로컬의 기본 전략이 되어 갑니다.
책방무사가 자리 잡은 곳은 간판의 일부가 떨어져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아름상회라는 구멍가게였을 거로 생각됩니다. 코닥필름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흔적이 남아 있는 게 필름의 시대가 지나고 디지털 시대가 왔지만 공간은 남아있고 새로운 상품을 파는 곳으로 변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방무사 같은 작은 책방들은 책방 주인장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방식으로 꾸며지고 책이 골라지고 책이 놓여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사기 위해 고르는 과정이 참 즐겁습니다. 한 권 한 권 살펴보며 주인장의 생각을 읽는 재미가 쏠솔합니다.
무사레코즈MusaRecords의 캐릭터가 반겨주는 이 공간은 LP와 테이프가 있고 취향 저격하는 음악들로 가득 찬 곳입니다. 한때는 우리의 귀를 밝혀주다가 창고로 향하게 된 LP와 테이프들이 이제는 레트로가 아닌 MZ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등장하여 다양한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에 수백 장의 LP와 수십 개의 테이프를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둔 나로서는 음악적 천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경험의 마지막에는 먹을 게 있어야 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카페공드리는 마음을 배부르게 만든 후 실제 고파버린 배와 힘든 다리를 쉬게 해주는 멋진 곳입니다. 이곳도 기존 창고를 손을 봐서 만든 정감 어린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창고는 숨을 쉴 수 있는 정도의 창만 있을 뿐인데 이곳은 멋진 둥그런 창을 뚫어 멋진 외부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멋진 연출을 하고 있는데 맛있는 먹거리와 더불어 편안한 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마당을 중심으로 왼쪽부터 카페공드리, 책방무사, 무사레코즈로 연결되는 이 공간적 연계는 콘텐츠적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콘셉트가 로컬의 가치이며 미래가 아닐까요. 이제까지는 형태가 있는 물리적 가치가 최고의 가치였다면 이미 우리 세상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콘텐츠의 가치가 최고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형의 가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요. 모두에게 되묻고 싶은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