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의 과거와 현재
산지천을 현재의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전에는 산지천 위로 건물이 있었습니다. 1966년부터 1982년까지 동문로터리에서 용진교(임항로)까지 660m 구간에 주상복합건물 14~17개 동이 지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하수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던 시기여서 오염되어 악취가 나는 등의 이슈가 있어 1990년대 들어 건물 노후화와 안전 문제 등으로 철거가 논의됩니다.
1995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고, 건물 철거 및 하천 복원 계획이 수립되었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보상과 함께 건물 모두를 철거하게 됩니다. 2000년 6월부터 복원공사가 시작되고 2002년 6월 산지천 복원사업이 마무리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모든 현상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선 3,4층으로 이루어진 660m에 이르는 상가군은 도심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는 단위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철거 후에 현재의 산지천이라는 멋진 풍경과 오픈스페이스, 녹지를 확보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수많은 상인과 정주인구의 유출은 지역 경제의 침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철거로 인해 빠져나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에 중앙로 지하상가로의 이동을 생각했지만 제주시 중앙로 지하상가는 1차 구간(중앙로 88m)이 1983년 11월부터 조성되었고, 2차 구간(동문로 153m)이 1987년 10월, 3차 구간(관덕로 151m)이 1990년 9월에 완공되었으니 산지천 주상복합 철거로 인한 유출이 중앙로 지하상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중앙로 지하상가로 인해 산지천 주상복합이 침체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거 산지천 주상복합 건물의 모습을 보면 마치 현재 서울의 세운상가 같은 느낌이 듭니다.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이루어진 세운상가는 서울 종로3가역에서 충무로역까지 이어지는 1km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산지천 주상복합건물도 660m에 이르는 건물이었고 남북축으로 설계된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누가 설계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과거의 정책에 대해서 현재 시점에서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향성에 대해서 고찰하여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현세대의 숙제입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현재의 산지천이 좀 더 생태적, 친시민적으로 복원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산지천 주상복합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건축물 자체를 잘 가꿔나갔다면 현시점의 도시에 매력적인 건축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산지천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시대적인 '만약'을 상상해 봤지만 마냥 과거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 미래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현재의 건물을 철거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참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50년 밖에 되지 않아서 역사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만간 100년 건물이 될 것입니다. 특히 공공건축물은 더더욱 현재를 미래에 연결하는 도시 인프라로서 존치 계획을 세워 잘 가꿔서 미래세대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옛 제주대병원을 리모델링한 예술공간이아, 옛 탑동시네마를 리모델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처럼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실천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