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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왔던 LG전자의 세련미

아는 사람만 알고, 고객은 몰랐던 LG전자의 또 다른 모습

by 오프너

LG전자의 보물찾기 마케팅

가전하면 LG라는 말은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못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LG전자는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믿을 수 있는 전자·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에서 LG전자는 품질과 신뢰의 대명사로 통하죠. 그런데 이런 LG전자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을 잘 못한다는 인식이 높다는 점입니다. 과거 LG전자가 만든 그램 노트북은 실제로 상당히 가볍고 휴대성 면에서 훌륭한 제품이었음에도 광고에서 실제 무게보다 무겁게 묘사되었죠. 또한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들 당시에도 제품에 도금을 했다는 사실을 홍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나중에 발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보물 찾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죠.

ⓒLG전자 그램

사실 가벼운 해프닝도 있었지만 인상을 찌푸리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LG전자는 '마케팅을 못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죠. 사실 LG전자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세탁기, 냉장고에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기술력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잘 드러내질 않으니, 고객도 잘 모를 따름입니다.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전자·가전 브랜드에겐 기술력뿐만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초로 가정용 컴퓨터를 만든 애플이 지금까지 혁신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기술력 못지않게 마케팅 메시지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LG전자의 이러한 이미지는 브랜드 노후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브랜드에게 있어 노후화는 치명적입니다.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선택하면 나도 시대에 뒤처지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LG전자

지금 당장 LG전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브랜드 노후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한 번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젊게 되돌리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끊임없이 혁신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유지하며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죠.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LG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듯, LG전자는 앞서 2023년 '브랜드 리인벤트(Brand Reinvent)'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립했습니다. LG전자가 가진 브랜드 리인벤트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코닉(ICONIC)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LG전자는 심벌 로고인 '미래의 얼굴'을 재해석했습니다. 기존 로고에 윙크, 인사, 놀라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담은 8가지 디지털 모션을 표현했죠. 또한 새로운 브랜드 포인트 컬러인 'LG 액티브 레드'를 지정하여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브랜드 슬로건인 'Life's Good'을 전용 서체로 개발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도록 했죠.

Screenshot 2025-03-24 at 13.01.06.JPG ⓒLG전자 '미래의 얼굴' 디지털 모션

여기까지만 보면 LG전자는 제대로 된 브랜드 리뉴얼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브랜드 리뉴얼 작업은 전문적인 시각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심벌 로고의 디지털 모션 활동은 정적인 이미지인 LG전자를 보다 트렌디하게 보이면서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해 보입니다. 포인트 컬러와 브랜드 슬로건 전용 서체를 개발한 것 역시 브랜딩 차원에서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LG전자


잘해놓고 숨겨두는 LG전자의 세련미

하지만 이 세련된 변화를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아쉽게도 많은 소비자가 이 변화를 모르거나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 LG전자는 왜 이 세련미를 숨겨왔을까요? 사실 LG전자는 브랜드 리인벤트 결과를 국내외 옥외광고로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뛰어난 퀄리티의 광고 영상도 제작해 알렸습니다. CES2023에서는 조주완 사장이 기조연설 할 때 등장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LG전자 라이프스굿 행

그 이유는 LG전자가 브랜드 리인벤트를 진행하며 초점을 맞춘 대상이 내부 임직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설정하는 데 있어 내부 임직원들의 이해와 공감은 필수적입니다. 임직원들이 먼저 브랜드 가치를 내재화해야 이를 효과적으로 외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LG전자의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속에 살아 움직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브랜드를 더욱 젊고 역동적으로 표현해 고객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LG전자의 리인벤트가 잘 실체화되었음에도 고객들에겐 전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LG전자

현재 LG전자의 온·오프라인 매장 어디에서도 새롭게 탄생한 LG전자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 매장이나 제품과 같은 실제 소비자 접점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상당한 손실이라 생각됩니다. 브랜드는 곧 자산입니다. 잘 만들어둔 자산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LG전자는 내부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된 브랜드 리인벤트의 결과물을 소비자가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제품과 매장,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접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게 어떨까요?


아무리 뛰어난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을 완성해도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면 그것은 실패한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브랜드 자산이 있다면 그저 내재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접점에서 살아 숨 쉬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줍니다. 앞으로 LG전자가 자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세련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세련된 변화가 소비자 삶 속에서 빛을 발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Op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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