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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해킹사태, 신뢰를 잃은 기업

2,5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날, SKT는 어디를 보고 있었나

by 오프너

©SKT 비전

최근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심 정보 해킹 사고는 예견된 구멍이었을지도 모른다. 2025년 4월 19일, SK텔레콤 내부 시스템에서 침입한 악성코드로 인해 무려 2,5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의 유심 정보가 유출되었다. 유출된 데이터는 단순한 가입자 개인의 핸드폰 번호 수준의 정보가 털린 것이 아니었다. 유심의 핵심 정보로 이를 통해 제3자가 복제폰을 만들어 금융 계좌 탈취, 신원 도용 등의 2차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향후 피해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가히 무서울 수준이다.


이번 사건이 SK텔레콤이라는 기업 브랜드에 미친 충격은 매우 크다. 사건 발생 직후 SK텔레콤은 전국 2,600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심 재고 부족 문제와 함께 고객들의 불안과 불편이 지속되고 있으며, 기업의 신뢰성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다.



SKT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나?

최근 몇 년간 SK텔레콤의 기업 메시지를 살펴보면 답이 명확해진다. SK텔레콤은 2023년부터 글로벌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며 기업 생태계 구조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고 있었다. AI거버넌스를 구축하고, AI 인프라, AI 서비스 등, 혁신적인 기술 확장에 집중했다. 최근 SK텔레콤의 기업 활동을 살펴보면 기업의 본업인 통신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SK텔레콤이 본래의 사업인 통신을 얼마나 등한시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스크린샷 2025-05-07 202725.png ©SKT 비전

기업의 메시지는 그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드러내는 지표와 같다. SK텔레콤의 최근 기업 메시지들은 온통 AI 중심이었다. 이들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 그리고 AI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반면에 통신 서비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통신망 보안과 고객 데이터 보호와 같은 기업의 본연의 책무에 관해서는 최근 메시지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해킹 사건은 그 결과이며, 좀 과하게 말해 이미 예견된 사고였는지도 모른다.

SKT-보도참고자료-SKT-AI-인프라-슈퍼-하이웨이-구축한다_사진1.jpg ©SK AI 서밋 2024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대응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애초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브랜드의 존재는 고객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건으로 신뢰성이라는 가장 큰 브랜드 자산을 잃었다. 아니, 현재도 진행 중이니 여전히 잃고 있다. 특히 통신이라는 업의 본질은 신뢰와 안전이다. 아무리 최첨단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고객의 가장 기본적인 신뢰가 흔들리면 브랜드의 미래는 없다. 지금 SK텔레콤이 고객에게 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어떠한 변명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개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SKT-유영상-CEO-고객-보호-위한-추가-조치-발표_사진1.jpg ©SKT 공식 홈페이지


SKT는 이제 어디를 바라봐야 하나?

SK텔레콤은 지금 당장의 위기 대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때로는 브랜드가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 SK텔레콤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와 책임이라는 단기적인 메시지를 넘어, 기업 본연의 정체성에 대한 재점검과 이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더욱 탄탄한 브랜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스크린샷 2025-05-07 203141.png ©SKT 공식 홈페이지

결국 브랜드는 메시지로 말하고, 메시지는 기업의 지향점과 태도가 된다. SK텔레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확장도 중요하지만, 업의 본질과 기본을 지키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성장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SK텔레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래의 업을 다시금 철저히 보완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과 태도로 돌아오길 바란다.


©Op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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