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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island Aug 07. 2020

너 지금 무슨 생각하니?

남자의 짧은 머리

너 지금 무슨 생각하니?


고등학교 시절 약 2년 반 동안 9mm 길이로 머리를 삭발... 까지는 아니지만 매우 짧게 자르고 다녔었다.

나름 열심히 하자라는 막연한 다짐의 상징이기도 했었지만, 머리를 기르면 교칙에 어긋나서 벌을 받거나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며 피하는 불편한 상황이 일상이 될 테고 그렇다고 학교 교칙에서 권장하는 단정한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 그 어느 한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던 반항의 이유로 선택한 것이 일명 달머리, 9mm의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이 거의 임박해가던 시기, 모두들 취업을 준비하던 그 시기에 나는 머리를 길렀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요구하는 용모 단정이라는 단어에 부합하지 않는 헤어스타일이었지만 졸업하고 나면 언제 다시 한번 머리를 길러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어깨까지 올 정도로 길게 기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집에서는 머리띠를 하고 외출을 할 때는 묵고 다닐 정도의 길이까지만 길렀었다. (나름.. 깔끔하고 단정하고 이쁘게)


스님은 머리가 짧고, 예수님은 머리가 길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머리 길이는 그 중간쯤 된다.


학창 시절 교칙에도 유행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머리를 완전히 짧게 잘라버렸고,

대학교 졸업을 앞둔 취준생이었던 나는 학교와 회사에 어느 한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반항심에 또 한 번 남자로서 일반적이지 않은 장발 스타일을 선택했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옆 팀의 남자 대리님 한분이 삭발 수준으로 짧게 머리를 자르고 왔더라.

남자의 머리는 적당한 길이로 짧은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조직에 속해 있는 남자가 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 중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는 체제를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가장 독특한 스타일이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달머리 좀 쳐본 놈이라 보자마자 "흠.. 길이는 6mm 정도 되는군..." 하고 길이를 한번 따져보고 "새로운 전환점 혹은 스트레스...?" 하고 그 대리님의 심리 상태를 짐작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가가서 나름 위로라도 하듯 그분에게 말을 건넸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네 뭐 그렇죠~ ^^;"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서로 고개만 끄덕였다.


심리상담, 색채 심리학과 같은 분야에서도 언급하듯 색과 형태, 스타일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은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그 이면에 감성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파란색은 우울함과 차분함을 빨간색은 열정, 정열, 섹시함을 표현하는 색상이며,

곡선의 형태는 유려함, 여성스러움, 직선적인 형태는 강인함, 남성적, 권위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시각적인 요소인 것처럼 헤어스타일 또한 심상을 표현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시각적인 수단인 것이다.


연인과 헤어진 여자가 긴 머리를 짧게 잘라 기분을 전환한다는 것처럼 남자들도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면서 무엇인가 밖으로 꺼내지 못할 자신만의 심경 변화나 해소하고 싶은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누군가 알아주고 위로받길 원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변의 누군가 헤어스타일을 바꿨다면 혹은 관심을 가져보자.

말로는 하지 못하지만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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