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nisland Aug 09. 2020

정성을 판매합니다.

Cafe  eert 망원동

망원 1동 길목을 지나다 보니 따뜻한 조명으로 환하게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카페가 눈에 뜨인다.

흰색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가 빈 유리잔에 통으로 커팅된 커다란 얼음을 넣고 커피를 내린다.

한약을 달이듯 전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기로 차 우려서 잔에 옮겨 담는다.

음료를 준비하는 이 모든 행위 과정이 따뜻하고 환한 조명을 배경으로 전시된다.



어머니 외에 누군가 내가 먹을 음식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담아내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있었는가?

흰색 삼베 가운을 입고 고객에게 내어줄 차를 준비하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정성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착용한 것이겠지만 가운과 함께 착용한 흰색 마스크가 한결 더 차를 준비하는 행위에 진중함을 더한다.



뒷 벽에 설치되어있는 조명의 후광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모든 과정을 보란 듯이 드러내 놓고 있는 그들의 자신감 때문인지 앞에 앉아 주문한 차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의 믿음직한 지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에 왠지 모를 든든한 마음이 느껴진다.


디저트 패키지를 포장하는 도구와 차를 준비하는 1층 카운터의 모습


커피와 차를 준비하는 1층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메인 카운터는 나무 판재의 단면이 보이도록 원형 홈을 내어 사용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작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 이 가구는 일반적으로 판재의 경우 넓고 평평한 면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카페 eert 망원점의 카운터 상판은 차에 대한 자신들의 자부심과 고집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여러 장 겹친 판재의 단면을 상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패어있는 홈을 보고 있자니 미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통적 가구가 하나 놓여있는 것 같다.


카페 eert 망원점 1층 내부 전경

차와 커피, 디저트에 더해 우리는 메뉴를 준비하는 정성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카페 eert 망원점.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고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가 고급화를 도모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적인 스페셜티에는 차의 재료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차와 고객을 대하는 정성과 고집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카페 eert 망원점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비가 끊이지 않는 장마철, 조명 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차 한잔 하기 딱 좋은 카페.

차를 마시고 나오면 든든한 지원자와 대화를 나누고 나온 것처럼 마치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층 내부 전경, 증축하여 사용한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동네 1등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