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직장인, 왜 아직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을까

by 오프닛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 회사의 합격 통지를 받고, 그 소식을 제일 먼저 엄마에게 전했다.

항상 무뚝뚝하던 우리 엄마의, 그때 그 목소리의 떨림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여느 취준생이라면 다 그렇듯, 당시 나 역시 입사가 간절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턱 하니 붙을 줄 알았던 초대기업 면접에서 똑 떨어지고 나서, 근거 없는 자신감은 곤두박질쳤다.

그런 날 구해준 게 바로 이 회사였다.


시키는 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회사 생활이, 벌써 17년차다.


오래된 연인에게서 설렘이 사라지듯, 그 간절함도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그 간절함은 17년까지 오지도 못했다.


퇴사의 큰 유혹은 3년마다 온다고 한다.

3, 6, 9, 12, 15년…

이렇게만 따져도 나는 5번의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나는 왜 아직도 회사에 남아 있을까.


연구원


연구원은 프라이드가 높은 직군이다.

나는 그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이 좋았다.

그래서 다닐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의 첫 시작이 연구원이었고, 그렇게 10년을 다녔다.

그게 아니었다면? 회사원이었다면?

자존감 낮았던 나는, 아마 알량한 프라이드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명예와 자부심, 그러니까 정신력만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회사는 자선사업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렇듯 회사와 직원 사이의 관계는 결국 ‘돈’으로 맺어져 있다.


가족 같은 회사든 뭐든, 그 것도 월급이 꼬박 나올 때나 가능한 말이다.

속물이 아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회사 실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한다.


회사와 당신의 연결고리, 돈. 그게 전부다.


워킹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기 전, 나는 아이를 낳았다.

옛날 얘기 같고, 어느 워킹맘이나 다 똑같겠지만, 나도 그랬다.

힘들었고, 여전히 힘들다.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이유라기보다

항상 못 다닐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돌아보면,

나와 같은 현실에 처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옛날엔 그랬지 식의 무용담에서 멈출 게 아니라,

매체에 나오는 훌륭하고 내가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잘난 여성 리더가 아닌,

‘이런 평범한 워킹맘도 있구나. 다 똑같구나.

그러니 나도 힘내봐야지.‘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


요즘 시대에 안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회사 일하러 가는 데잖아. 자기 할 일만 잘하고 오면 돼.”

내 멘탈이 흔들릴 때면, 친구가 늘 해주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일만 하고 올 수가 없다.


나를 둘러싼,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곳이 늘 좋은 곳도 아니고,

사람들이랑 놀러 가는 곳은 더더욱 아니지만,

난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따뜻함을 느낀다.



이 네 가지가 내가 17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유 아닐까.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의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