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퇴사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린 현실
퇴사하고 싶다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말이다.
꼭 입밖으로 되뇌지 않아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은 늘 했던 말일 것이다.
하지만, 피부로 퇴사의 촉감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도 같다.
얼마 전, 회사에는 대기발령자의 명단이 떴다.
철밥통 같다고 여겨지던 이 회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회사가 어렵다 어렵다 하는 곡소리가 작년부터 심상치 않게 들려오긴 했었다.
하지만 몇몇 특수한 분야의 잘나가는 회사를 제외하곤, ‘요즘 상황 너무 좋지’ 라고 말하는 회사가 몇이나 있을까.
늘 그렇듯 이번에도 또 이렇게 지나가겠지 하며, 모두들 내심 무신경했다.
올 해 들어서 큰 조직 개편이 있을 거란 예고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번은 다를거래
흉흉한 소문은 심란한 사람들의 일 하지 않을 이유가 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신나는 안주거리가 된다.
‘불안하다, 불안하다’라고 이야기 하며, 내가 들은 이야기를 여기저기 실어 나르는데 열심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닐 꺼야’라는 안도감을 가슴 저 밑 깊은 곳에 숨겨 두고서.
정년이 다가오는 50대들은 더 불안하다.
하지만 회사를 오래 다닌 세월만큼 누구보다 이 회사의 정서와 전통을 잘 안다 자신한다.
이러다 또 말겠지.
서로의 불안감을 나누며 묘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날 때 쯤.
소문 대로, 아니 소문 이상으로
정말 한번도 본적 없던 인사발령이 떴다.
생각보다도 쎈 강도에, 발령지에 이름이 적힌 자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 모두 황망하였다.
열심히 회사 생활 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모두다 회사에서 주어진 임무를 나름의 기준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한순간, 이제 누군가는 ‘회사에서 나갔으면 좋겠는‘ 사람이 되었다.
한 장의 발령지로, 누군가에겐 ‘그지같은 곳‘이 되었고, 이제 그 분들은 회사의 보호막 테두리 그 어딘가에서 각자의 결정을 해야한다.
남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좀더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 글쎄다.
언젠가 저 자리에 내가 가지 않겠냐는 무력감이 아직까지는 우리를 감싸돈다.
예전엔 일하기 싫어서 퇴사를 꿈꿨다.
하지만 이렇게 때려치는 자발적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고마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차디찬 현실의 바람을 빗겨맞아보니,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