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기 싫어
언보싱
부서장을 기피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
요즘 팀장들은 바쁘다.
옛날 팀장들은 안 바빴냐. 적어도 요즘 팀장들에 비해서는 아니었을 거다. 업무적으로.
팀장들이라면 모시는 본부장, 담당 등 임원들이 있다.
(난 사실 모신다는 표현이 싫다. 조직의 전통적인 언어로 그리 표현하니 글에서는 따라보도록 한다.)
임원들은 소위 실패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지시하는 것은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
실현이 안 되면, 실현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임원들의 세계에서 실패는 곧 계약 종료를 의미하니까.
그 무거운 지시는, 결국 팀장의 몫이 된다.
업무는 지시의 하달에, 핑퐁에, 분배를 거쳐 팀원에게 배부된다.
옛날식으론 말이다.
요즘은 업무의 지시가 내려가면, 아니, 내리기가 우선 쉽지 않다.
이미 팀원의 눈치를 보는 팀장이야기는 mz세대 운운되던 그때부터 만연해졌다.
팀원 눈치도 봐야 하고, 팀 분위기 관리도 해야 한다.
좋은 팀장이 돼야 한다.
사전에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시킬 수가 없다.
팀원들의 문화는 이렇게 바뀌었는데, 임원들은 그대로 지시한다.
그 지시는 누군가 해야 한다. 결국 팀장이 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달린 직함 때문에 불려 다녀야 할 회의도 참 많다. 자리만 채워야 하는 회의조차도 불려 다닌다.
팀 관리자 역할에 더불어 실무 업무를 보느라 더 바쁘다.
그래서 요즘 팀장들은 바쁘다.
팀원은 주어진 R&R에 집중한다.
최소한 나에게 주어진 내. 일. 만. 잘하면 사실된다.
팀장님 기분 살피기, 급하게 떨어진 임원 지시받아오기, 그리고 팀장이 해야 할 일까지 슬쩍 떠맡기.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다.
받아서 하면 팀장님 이쁨은 받을 수 있지만, 퇴근 후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하루에 써야 할 나의 에너지는 유한하니까, 팀원들은 내 업무에 집중한다.
이 일들을 더 한다고 해서 월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걸 알기에, 굳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팀원들은 되도록이면 팀의 일원으로 남고 싶다. 아무리 봐도 팀장이 되면 좋아 보이는 점이 없다.
팀장 수당이라고 월 몇십만 원 더 나온다는데, 글쎄다.
옆 팀에 회사에서 별다른 인정받는 것 없이 설렁설렁 다니는 것 같은 만년 차장님이 한 달에 배당으로 몇 십만 원 받는다는데, 그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
팀원들이 잘못된 걸까? 이런 태세가 잘못된 걸까.
월급만으론 살 수 없는 시대, 고성장은 과거 속에 갇혀버린 현실, 길어진 수명에서 회사라는 곳은 그저 나의 직업 생활에 첫 번째 ‘직업란’을 채우는 명칭일 뿐인 지금에 말이다.
한 때 한 시절을 호령했지만,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쓸쓸히 밀려나듯 퇴직하는 선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팀원들이 사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기는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