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들이 실제로는 일회용 제품들보다 더 큰 환경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의 발생이 아닌 다른 관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에코백이나 텀블러가 비닐 봉투나 플라스틱 컵보다 나은 환경보호 효과를 내려면 수백 번 수천 번을 사용해야 할 만큼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발생하며 만들어 진다는 이야기.
비슷하게 오픈플랜이 추구하는 식물 섬유와 식물 염색으로 디자인한 플라스틱 없는 비건 패션에도 여전히 피하기 힘든 어두운 면이 있다. 면섬유를 얻기 위한 목화를 재배하는 데에 엄청난 양의 물과 살충제가 사용된다.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유기농 면 (organic cotton, 오가닉 코튼, 3년 이상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의 사용 없이 재배한 면으로 만든 섬유)의 생산과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 받고 있지만 일반 면화보다 생산량이 적어 보다 넓은 단위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고 하니 숲이 줄어들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텐셀™ 라이오셀 섬유 또한 사용된 용매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폐쇄 순환 공정으로 만들어져 지속가능한 섬유로 불리지만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
패션 뿐 아니라 현대의 많은 산업에서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드는데 산업차원으로 재료를 재배하는 방법과 규모, 이동거리 등을 생각해 본다면 아무리 의식적인 실천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라 하더라도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환경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드는 사람으로서 오픈플랜은 친환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매우 조심한다. 이 말이 사용된 제품을 사용하기만 하면 마치 환경이 좋아지고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마법의 단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제품을 위해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라 말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많이 만들고 빠르게 소비할수록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제품의 긴 생애 주기 (재료의 재배, 제조, 이동, 기획, 유통, 사용, 폐기 등)를 생각해 본다면 지속가능한 패션은 제품 재료의 선택에 국한되는 이야기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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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충남문화재단의 2022 문화다양성 전문가 칼럼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