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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pener Aug 27. 2020

피해 갈 수 없는 슬픔 총량의 법칙

 Rainy season of life  

비가 내리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고도 특별한 고민 없이 우산을 손에 들고 집을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간다.


이때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비도 당연한 듯 쌓여간다. 당연한 것이 쌓이기만 했을 뿐인데 문제가 커진다. 관심도 없던 중국의 어떤 거대한 댐과 가깝게는 소양강 댐이 적정 수위를 유지하지 못해 방류를 시작했고, 그 결과 일상이 물에 잠겼다. 혹자는 거대한 댐의 붕괴와 그로 인한 재앙을 말하며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정말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지만 이 시절의 비는 사실 특별한 대책이 없다. 비는 하늘에서 오는 것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댐의 크기나 강도는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대응할 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아무리 거대하고 강한 댐이라도 하늘이 구멍난 것 처럼 쏟아지는 비는 당할 방법이 없다  ⓒ pixabay.com


이 시절을 지나면서 우리 인생의 비가 슬픔이고, 마음은 그 비를 담아내는 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인생에 비가 당연한 계절이 찾아오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시험당하게 된다.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그리한다고 한들 하늘이 무너질 듯 쏟아지는 비에는 어떠한 준비도 소용이 없다. 조금씩 오는 비라도 지속되면 위험수위를 넘길지 모른다. 이렇게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닥치면 살아낼 수밖에...


사실 난 스스로 슬픔이라는 감정에 둔감한 편이라 생각했다. 몇 년간 엄청난 비가 내렸지만 난 강하고 큰 사람이라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위험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괜찮다고 버티더라도 위험수위를 넘기면 몸은 비명을 지른다. 더 버티면 무너질지 모르니 방류도 생각해야 한다고, 여기저기 금이 가기 시작한 곳들을 지금이라도 보수해야 한다고 몸이 먼저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애써 무시했고 일상을 살아냈다. 그리고 또 한 번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쏟아졌을 때  결국 난 무너졌다.


며칠을  소리 내서 울었는지 모른다. 난 내가 그런 울음의 소리를 가진 줄 나이 40이 돼서야 처음 알았다. 댐이 무너지면 당장 방법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전부를 쏟아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보다 깨달음이 먼저 왔다.


 아 그때 울었어야 했구나. 슬픔은 내보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고이는 것이구나!"라고 말이다. 


어쩌면 댐을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보는 것보다도 비가 내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항시 수문을 개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변의 일상을 적시겠지만 그게 재앙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쌓아두고 터트리면 주변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일로 주변의 일상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나로 인해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죄하고 스스로 반성했지만 모두 이전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알 수 없는 인생에 한방 다시 먹은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다시 댐을 세우고 살아낼 수밖에


어쩌면 같은 일에 대한 슬픔의 양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내보내는 방법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받은 슬픔을 전부 내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 동안 나누어 그 슬픔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쌓아두다 한 번에 터지는 사람도 있다. 피해 갈 수 없는 슬픔 총량이 법칙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 나이만큼이라도 좀 더 지혜로워져야겠다. 댐이 무너지는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니까.  


커버사진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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