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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톡 Sep 25. 2019

시스템이 문화를 만든다.

채널톡과 오퍼레이터 문화 이야기

채널톡의 Co-Founder이자 부대표인 조쉬와 오퍼레이터 천세희(이하 '벨라'(닉네임))와의 만남에 대한 회고글입니다. 채널톡에서 '커피테이블에 함께 앉은 듯한' 고객과의 대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글입니다.



채널톡 문화 vs 전통 고객센터 문화


우리는 사업 초기에 유명한 고객사가 사용해주면 영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고객 레퍼런스가 있으면 다른 회사들이 따라서 쓸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유명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 보았다. 만나보니 유명한 고객사들은 고객이 참 많았다. 그리고 고객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보통 고객 상담을 외주 주고 있거나 외주 회사의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상담을 하는 구조였다. 채널톡은 우리가 직접 사용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게 최적화 되어있었다. 우리는 모든 멤버들이 팀 메신저를 함께 썼고, 특별히 담당자가 없이 누구나 고객과 대화했다. 우리가 채널톡을 만들 때 상상했던 이미지는 어느 커피테이블에 우리와 고객이 함께 앉아있는 것이었다. 개발자도, 마케터도, 대표도, 디자이너도 함께 앉아있는 테이블에 고객이 함께 있다. 편하게 대화하고 수다를 떨고 친해진다. 고객은 외지인(?)이 아닌 우리 팀이 된다. 이 느낌. 얼마나 좋은가? 우리에게 이 이미지는 마치 에덴동산같은 순수한 느낌이었다. 


어느 날 '정말정말 유명한 이커머스' 고객사가 채널톡 도입을 결정했다. 이들은 두 달 동안 채널톡을 사용해보았고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난 벨라와 미팅이 예정되어있었지만, 이 '정말정말 유명한 이커머스'를 설득하기 위해 부랴부랴 길을 떠났다. 사정사정해서 미팅을 잡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갔다. 미팅 결과 이들은 고객과 커피테이블에 앉고 싶어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널톡이 꿈꾸던 '커피테이블'... 삼진 에바로 기각되었답니다.


이들이 원한 것은 이른바 전통적인 창구 형태의 고객센터였다. 하루에, 한 시간에 몇 건의 상담을 처리했다는 숫자의 강조로 성과를 알리고 싶다. 1건의 상담은 1명이 처리하고, 다른 사람이 상담을 볼 수 없도록 폐쇄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 나에게 이런 느낌은 어떤 차가운 공장의 이미지였다. 고객의 문의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느낌. 그 공장 안에서 고객의 목소리는 그저 반복해서 나오는, 어떤 준비된 자연재해였다. 상담원의 친절은 고객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친절이 아니라 일종의 가면이었다.


상담원은 항상 누군가가 만든 문제로 인해 고객에게 사과를 하지만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애초에 문제를 만든 사람들은 고객을 만나지 않고 그게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문제인 걸까? 공장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저런 유명한 업체들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걸까? 그렇게해서 만들면 기성 제품들과 어떤 차별화가 있을까? 그렇게 한다고 고객이 비즈니스를 더 좋아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그 반대가 될까?


한편 내가 벨라와의 미팅을 째고 갑객사(갑 고객사)에게 달려가서 벨라는 대표 레드와만 따로 미팅을 했다.

"조쉬는 어디갔어요?"

"OO고객사(아주아주 유명한 커머스)가 이탈한다고 해서 미팅하러 갔어요."

"이런.. 그렇게 고객 CS팀에서 원하는대로 SI처럼 만들어주면 망해요!"

"아?!"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한 마디. 채널톡과 벨라의 첫 만남이었다.


벨라를 만나고 지각 변동이 일어난 CS 세계관



나는 오퍼레이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난 채널톡이 만들고 있는 제품의 방향이 전통적인 상담방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박하게 달려갔지만 난 '정말정말 유명한 이커머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이 원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우리는 채널톡이 아닌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다.


터덜터덜 돌아오는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한편 레드는 벨라와 미팅을 마치고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벨라는 우리가 고민한 모든 문제들을 20년 동안 직접 경험했고 해결해온 사람이었다. 작은 팀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이 되는 경험을 해왔고 항상 고객에게서 답을 찾아왔다. 그녀의 결론은 단순했다. 놀랍게도, 벨라도 우리 같았다.

상담의 목표는 고객센터를 없애는 것이어야 해요. 제품과 서비스가 후지기 때문에 고객이 계속 문의를 하는 거에요. 근데 상담을 하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니까 고객이 화가 나는거에요. 여러 번 다른 창구로 말해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든요.

누군가 책임감을 갖고 고객이 말하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 그렇게 해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해요.

누구도 나만큼 내 사업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설명할 수 없어요.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와 문제해결도 마찬가지에요. 무책임하게 고객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은 내 자녀를 아무 생각없이 위탁교육에 맡기는 것과 똑같아요.


벨라의 이야기를 듣는 레드의 얼굴은 케이팝 스타의 에이스 공연을 보는 박진영의 얼굴이었다. 너무 좋아서 인상을 쓰고 있지만 입은 황홀하게 웃고 있는 바로 그 표정. 어쩌면 나도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 우리가 직접 경험으로 찾아냈던 작은 단서들은 벨라를 만나고 확신이 되었다.




벨라는 스스로를 '오퍼레이터'라고 정의했다. 오퍼레이터에게 CS업무는 전체의 일부이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오퍼레이터는 회사 내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다. 고객의 반응으로부터 비즈니스의 방향을 찾아내는 중요한 존재다. 고객입장에서 CX를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스페셜리스트, 바로 오퍼레이터다.


모든게 명확해졌다. 전통적인 고객상담 문화는 우리와 다르다. DNA가 다르다. 이미 그 시장에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있다. 우리는 다른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 고객과 수다 떨고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제품. 오퍼레이터가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의 성장을 만들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



고객이 답이다.


시스템이 문화를 만듭니다. 


"모든 제품에는 문화가 있어요. 그 제품이 만들어진 목적, 담고 있는 가치, 세부적인 기능들. 결국 그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그 제품이 추구하는 문화를 흡수하게 되는거죠." 벨라는 말했다. 


고객이 답이다. 채널톡의 비전입니다. 저희는 모든 팀이 고객과 한 번의 클릭으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우리는 채널톡을 통해 '오퍼레이터' 문화를 만들고 있다. 고객을 통해 비즈니스의 해답을 찾고 끝없이 개선하는 문화. 회사의 모든 멤버들이 한 번의 클릭으로 고객과 대화할수 있는 문화. 고객과 대화를 즐거워하는게 자연스러운 문화. 우리는 오늘도 커피 테이블에 앉아있다. 그리고 채널톡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오퍼레이터 문화를 만드는 채널톡! 


작가: Josh(김재홍) 
채널톡 Co-Founder이자 CBO입니다. 영업이 주특기였는데 어쩌다보니 오퍼레이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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