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오피노에서 그로스 업무를 맡고 있는 J 매니저입니다.
업무 때문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접했던 좋은 고객 경험을 기록하고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오피노의 글을 통해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경험했던 (소소하지만) 기억하려 노려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았던 고객 경험을 적어나가보려 합니다. 글을 읽고 '나는 고객에게 어떤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나?' 가볍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라 그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 식으로 글을 적어 나갔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편하게 읽으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아이스컵까지 챙겨주는 떡볶이집
저는 떡볶이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제 여자 친구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합니다. 뭐 먹지?라는 저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떡볶이?"였습니다. 3년간의 주입식 교육에 저는 자연스럽게??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하나였습니다. 퇴근 후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뭐 먹을까?"
"오빠 내가 최근에 알게 된 진짜 맛있는 떡볶이 집이 있는데! 거기 시켜 놓을게~"
"그.. 그래~!"
그렇게 여자 친구의 집으로 향했고, 도착하기 5분 전에 떡볶이는 이미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구성은 떡볶이 + 주먹밥 + (처음엔 뭔지 몰랐던) 아이스팩이었습니다. 떡볶이를 먹기 전에 아이스 팩을 뜯었고, 그 안엔 콜라와 얼음이 담긴 아이스 테이크아웃 컵, 그리고 빨대가 담겨있었습니다. 배달을 시켜먹으면서 콜라 + 얼음컵 + 빨대를 함께 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떡볶이의 맛은 역시나 좋았습니다. 떡볶이를 먹는 내내 여자 친구에게 "캬~ 저런 세심한 배려 대박이지 않냐? 이제 무조건 여기서 시켜먹자~"고 10번은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브랜드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경험에 집중했던? 떡볶이집 사장님]
떡볶이 집의 기본은 떡볶이 맛이겠지만, 여기 사장님은 서비스로 나가는 콜라를 시원하게 마시고 싶어 하는 고객 경험까지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달 중에 시원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아이스팩에 담아주는 세심함까지. 콜라를 서비스로 주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콜라를 마시는 그 순간의 경험까지 고객의 행동에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하신 점은 소중한 러닝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콜라 + 아이스컵 + 아이스팩 + 빨대의 비용이 나가서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걸 보면 그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맛과 함께 감동하는 포인트라는 것을 리뷰를 통해 학습하시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2 중고 판매를 추천해 주셨던 애플 지원팀의 직원분
오피노에서 2-3년 차가 되면 대표님께서 노트북을 지원해줍니다. 회사 소유가 아닌 개인 선물로 말이죠. 이번에 선물을 받게 되는 연차가 되어 새롭게 맥북을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되는 금액에 제 돈을 조금 보태 최고 사양으로 구매를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용하고 있는 개인 맥북을 보상 판매하고 보상받은 금액을 보태 맥북을 구매하려고 했습니다.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애플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보상 금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애플 지원팀으로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맥북 신형을 구매하려고 하고, 보상판매를 받고 구매하려고 하는데, 보상금액이 나오지 않는다. 애플 직원분께 저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드렸습니다. 맥북의 시리얼 넘버를 말씀드리고 확인을 하시더니, 제 맥북이 보상판매를 받을 수 없다는 제품이라고 하셨고, 보상 판매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통화가 끝날 수 있었지만, 애플 직원분은 새로운 제안을 주셨습니다.
"고객님, 제 경험이긴 한데요. 예전에 맥북 에어를 60만 원에 중고로 산적이 있습니다. 지금 고객님 모델 같은 경우에는 기능적으로 충분히 잘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어서 중고나라나 맥쓰사에 중고로 판매하면 제가 구매한 금액보다 조금 높게 판매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보상판매가 되지 않으니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통화가 끝나고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의 사항이 아닌 고객이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했던 애플 직원분]
제가 애플에 문의 한 건, 이 제품이 보상판매가 되는지와 어떻게 확인하는지 였습니다. 하지만 애플 직원분은 제가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인 자금 조달에 집중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보상 판매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칠 수 있었지만,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해주셔서 감사했고 덕분에 애플의 좀 더 충실한 충성고객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3 여담 : 손 글씨 쓰시는 아버지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아버지는 책이나 스크랩해둔 신문을 전해주십니다. 제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도움이 될만한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 땐 말로써, 떨어져 지낼 때 스크랩을 모아 두었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신 이후에는 가끔씩 손 글씨를 적은 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십니다.
아버지는 제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하시지만, 연세가 드시면서 혹여나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해주는 방식이 말 -> 스크랩 -> 손 글씨로 바뀌신 거 같은데, 그 경험 자체가 아들인 저에겐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전해졌습니다. 감동받고 아버지를 더 존경하게 된 제 모습을 보면 말이죠.
제가 아버지의 고객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했던 떡볶이집의 사장님, 애플 지원팀의 직원분, 아버지까지 모두 고객(+ 아들)을 한 번 더 생각해서 좋은 고객 경험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치며,
저는 존경했던 아버지를 좀 더 존경하게 되었고, 떡볶이 집의 단골이 되었으며, 애플의 좀 더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다니고 떡볶이 집은 추천까지 하고 다닙니다. 기억하려고 노려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경험들. 그런 경험들이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입소문까지 내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피노의 고객인 고객사, 고객사의 고객까지. 그들과의 접점에서 어떤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고객 경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내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