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의 카페 기행 - 프롤로그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에 대해 대개 갖고 있는 이미지라면 ‘혼자만의 공간에 콕 박혀 생각에 잠기거나 뒹굴뒹굴 거리며 쉬다가 사부작사부작 자기만의 놀이에 빠져드는 조용한 사람’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집안에만 있는 것을 좋아할 거라는 판단은 편견이다. 내향인들도 외출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즐긴다. 단, 주변의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출처를 전혀 기억할 수 없는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의 록 다운 상황에서 사회적 활동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그다지 감정적으로 곤란을 느끼지 않은 부류는 MBTI의 INFP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ISFJ가 1위였다고 누군가는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치밀하게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 명의 INFPer(스스로 만든 말, INFP 성향의 사람을 뜻함)로서 맞네 맞네, 하며 일견 수긍하게 된다.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었을 정도가 아니라 비실비실 미소가 비어져 나올 때마저 있었다. 다만 유일했던 한 가지, 카페에 가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다.
누군가 내게 세상의 공간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집’과 ‘내 집이 아닌 곳‘이라고 답할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내 집이 아닌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있다면, 내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지만 음악이 흐르고, 차와 커피가 있으며 타인들 속에서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지극히 내향적인 카페가 아닐까.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전에서 ‘내향적인 카페’라 함은 음악은 너무 크지 않아야 하고 사람들의 목소리 톤도 조금은 낮으며 조명 또한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지 않은, 그리고 혼자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라 정의하고 있다.
차분한 음악과 커피와 안락한 의자가 준비된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친구라면 책 말고는 다른 무엇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로서, 카페와 커피와 책은 아름다운 삼각의 도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내가 위치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내향형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의 대표성을 띄고 오늘도 나는 가방 속에 마음에 와닿는 책 한 권을 집어넣고 길을 나선다. 피식피식 배어 나오는 미소도 더불어 쓰윽 집어넣는다. 커피 한 잔에 책 한 권! 술과 안주의 끈끈한 관계 못지않을 담백한 내향형 인간의 카페 여행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도쿄에서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