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를 봤다.
옥자는 기대와 달리 미인은 아니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옥자는 돼지였다. 물론 옥자는 아름다운 돼지이다. 온갖 고난을 겪지만 마지막에는 희망을 남기게 된다.
옥자는 지금 대형 멀티 극장들의 배척을 받아 예술전용극장에서 밖에 볼 수가 없다. 물론 나는 아트나인에 가서 봤다. 이른 아침인데도 만석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문제작이거나 예술지향적이진 않았다. 물론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고발하고 있지만, 주제의식이 깊거나 생각지도 않는 예리함을 보여주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치고 만것은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따라서 옥자는 예술영화보다는 대중성에 가깝고, 관객의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장치나 메타포나 함정을 가지고 있진 않다. 좀 아쉽다. 혹시나 스포일러를 걱정하며 이 글을 읽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 역시 심플하다. 옥자는 여러분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스토리로 이어진다.
이른 아침부터 먼길을 달려 옥자를 감상한 나로서는 옥자가 예술영화이길 내심 기대했었다. 그렇게 복잡한 예술성을 지향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반아나가 최대한 쥐어짜보겠다.
옥자의 작품성과 숨겨진 의미를 말이다. 반아나는 따라서 옥자가 숨겨진 모든 예술성을 까발려 볼 것이다.
루시와 낸시 자매와 옥자 미자 자매의 대결이 이 영화에는 숨겨져 있다. 사실 숨겨져 있진 않지만 작가인 나를 더욱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숨겨져 있지만 예리한 눈으로 찾아낸 것으로 말해보겠다.
옥자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미란도 그룹은 원래는 군수회사였으나 친환경 식품 기업으로 전환을 꿰하고 있다. 그리고 군수회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옥자를 강원도로 보내는 것으로 이 영화는 설정하고 있다. 여기서 미란도 그룹의 후계자로 출연하는 루시와 낸시는 이와 같은 악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미워한다. 그 이유는 서로에 대한 쌓인 감정도 있지만 자신들이 가진 아버지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미워하기 때문에 서로를 미워한다. 루시보다는 낸시가 아버지를 더 사랑하고 아버지에 더 가깝다. 한마디로 낸시는 사이코패스이다.
반면 옥자와 미자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미자는 옥자를 만나러 갈때 옥자가 좋아하는 감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가 꺼내준다. 이 장면이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을 후벼파는 장면이다. 감독은 감에도 깊은 뜻을 숨겨놓았다. 그것은 사랑이다. 더 많은 뜻이 있을테지만 다시 옥자 미자로 돌아가보자. 옥자와 미자 자매는 자연과 사랑과 유대를 의미한다. 자연과 사랑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살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불필요한 문명을 만들어 인간을 갈라놓고 착취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이를 대변하는 루시와 낸시는 우리 사회에 이어진 자본주의의 고리와 치열한 경쟁사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루시와 낸시자매는 서로 미란다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충돌한다. 옥자로 인해 이어진 사건은 루시와 낸시의 자리를 뒤바꿔버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틸타 스윈튼의 연기는 정말 엄청나다. 봉준호 감독은 틸다 스위튼 없었으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될수도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옥자는 생각보다 미인이다. 두서 없지만 그렇다. 그리고 영화 중간쯤 옥자를 구해주겠다는 목적으로 ALF라는 동물보호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결코 남은 물론 자연과 세상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으려는 신념으로 똘똘뭉친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에서 과연 인간이 남에게 전혀 해를 끼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이 영화를 미란도 악, ALF 및 트럭기사 및 옥자&미자 선 이라는 이분법으로 들이댈 수 없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이 영화속 ALF 단원들의 우수꽝 스러운 모습은 이런 상징성(?)을 더욱 드높이기 위해 매우... 잘생겼다. 채소만 먹는 사람들이 이렇게 잘생기고 이뻐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어찌되었건 ALF사람들은 누구도 해치지 않고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대하고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려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큰 문제에 직면한다.
'번역은 신성하다.' <- 이건 스포일러다. 미안. 그리고 이 영화에는 트럭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건 옥자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별 의미는 없다. 또 미안.
3은 좀더 연구해서 써보도록 하겠다. 옥자는 사실 숨은 의미가 너무 많다. 그것은 작가인 나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깊이 숨겨져 있다. 그 점에 대해선 한참 뒤에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