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소설)
"돌아오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이번 항해에선 수확이 좀 있었나요?"
"미지의 대륙을 만났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가다가 만을 만나서 타고 올라가려 했는데 마침 밀물이었죠. 모래사장에 잠시 배를 대고 정박했는데 알고보니 섬이었습니다. 그렇게 금덩이가 많은 곳은 처음 봤죠."
"대단하군요. 다른 것은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처음보는 과일이었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요. 잠시 정박할 셈이었지만 닻을 깊이 내리고 탐험에 나섰지요. 선원들은 금덩이를 더 찾았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 보지 못한 향신료를 계속 찾아냈지요. 원주민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아름답고 풍만한 여자들은 어찌 이리 많던지요."
"정말 완벽하네요. 우연히 내린 섬에 금과 향신료까지. 나무랄데 없는 항해였군요."
"아뇨."
"왜요? 금이랑 향신료는 다 어쩌구요?"
"선원들이 아무도 돌아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조타수와 풍토병에 옮아서 선실에서 골골대던 수병 서넛을 데리고 배를 몰아나왔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나마 실어온 것도 빚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최악이죠. 전 이제 파산할텐데.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새 배를 구할 수 없네요."
"안타깝네요. 그래도 섬에 머무를 때 만큼은 천국 같았겠지요. 지천에 금과 향신료와 여자라니."
"첨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죠. 너무 좋았죠. 하지만 먹을 게 발에 차일만큼 많은데다 온통 풍족하니 선원들이 점점 저를 두려워하지 않더군요. 비참했어요. 아무도 제 말에 복종하질 않으니, 다시 어떤 섬에 가게되도 선원들을 모두 내리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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