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by 밤하늘별

휴일은 항상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같아선 평일이 더 금방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수업을 마치고 그제야 ‘내 시간인가’하면 몇몇 회의가 있고 누군가 만나서 소통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이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한 두 시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교단일기를 쓰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 보면 차라리 휴일이 더 긴 것도 같다. 적어도 바쁜 일은 없으니까. 오전을 한가로이 보낸 후 점심 즈음에 창원 본가에 가 있다가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온다. TV를 보거나 유튜브 등을 보며 그외에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언제부턴가 본가에 가서는 독서라든지, 글쓰기 등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아까워서 억지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 같아서 고삐를 느슨하게 풀고 지낸다. 그때문에 작년부터 소소하게 쓰던, 책 원고 작업도 손 놓고 지내는 공백 기간이 늘어나고, 출판사에서 써주기를 요청한 책은 시작도 못하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실 출판사에서 요청한 책은 내가 평소 원하거나 쓸 재료를 풍부하게 갖추지 못한 분야이기에 더 접근을 못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의 시간이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고삐를 늦추고 영상을 보며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산적이랄 수 있는 일은 적게 하게 된다.

오늘도 본가에 가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자니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중학교 시절이던가? 슬램덩크라든지 농구대잔치 덕에 집 안에서도 테니스 공으로 혼자서 농구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다. 부엌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아치형 구조물 끝 얇은 테두리에 맞아야 골이 들어간 것으로 정하고 현관문에서 골대까지 테니스 공으로 드리블 해 가서 레이업이라든지 점프 슛을 날린 기억이 난다.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니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그리 많지 않았던 젊었던 부모님, 어리고 걱정없이 공부하고 또 놀았던 나. 가슴이 아려오는 건 지나가버린, 부모님과 내 젊음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주변에 넓어진 공간에는 욕망의 산물인 여러 물건들 뿐만이 아니라 우울함과 서글픔도 함께 쌓인다.

답답함에 시내로 나왔다. 다이소에서 TV 리모콘을 하나 사면서 잠시 시내를 걸어본다. 작년 아니 재작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시내에 나가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젊은이’라는 낱말이 확연히 떠오른다. 비교해서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이제는 꽤나 인식해서일 거다. 그나마 다른 사람이 보기에 실제 나이만큼 보이지 않는 것은 복장이나 마스크 덕분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금방 다시 본가로 돌아간다. 어머니께서 게이트볼을 치시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돌아오셨다. 저녁을 먹고 다시 마산 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쓰고자 하던 책 원고 작업도 그 상태 그대로 벌써 한 달이고, 내일 수업을 어떻게 할지도 생각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곧이어 대통령 개표 방송을 보다가 또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이전 12화컴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