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 시 읽는 것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는가에 관한 챕터를 읽다가 문득 20대 초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시집을 읽지 않았다. 시집만이 아니라 책 자체를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가끔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휴일 중 책 읽을 마음이 생기는 날에나 책을 꺼내 들고 ‘나는 책도 읽는다’는 허영심에 빠지는 정도로만 읽었다.
그런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시 한 편은 있다. 싸이월드에 누군가 올려서 읽었던 이외수의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란 시는 20대 초반에 내가 접한 거의 유일한 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는 어찌나 와닿던지. 지금과 달리 시어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대학교 1학년 자취방에서 밤이면 그날 들었던 수업 필기 내용을 읽어보기도 하고, 일기장을 꺼내서 볼펜으로 끄적이기도 했다. 초반 얼마간은 고등학교 때의 부지런함이 조금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언제부턴가는 밤에는 동기들과 술을 마시거나 동기 집에 가서 TV를 보거나 비디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4학년 때는 큰마음 먹고 CD가 들어가는 카세트를 샀었다. 조용한 밤,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던 그때가 그립다.
가끔 조각처럼 떠오르는 그 시절 기억을 통해서 행복을 떠올린다. 현재가 예전 같지 않아 그런 것일 테다. 지금은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지금은 그때만큼 마음 놓고 빈둥거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그저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상태로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 시절에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분명 행복하다고 말하거나 생각한 적은 없다. 지나고 생각하니 그때가 좋았다고 과거를 미화하는 면이 크다. 그렇게 보면 행복은 안개 같기도 하다. 가까이서는 보이지 않고 멀리서 보면 보이는 안개. 다만 앞으로가 아닌 뒤를 돌아볼 때 말이다.
행복이란 파랑새와 같다고 느낀다. 모두 동경하고, 어떤 이는 그것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 그 파랑새 말이다. 그러나 도대체 파랑새는 어디에 있는가?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가?
행복도 비슷하다.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행복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분명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가 행복했다고 여긴다. 그런데 왜 그때는 행복한지 몰랐을까? 그때 정말로 행복했던 것일까? 지금도 나중에는 행복했다고 여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행복해야지 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신이 찾은 것이 행복인지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다. 또 본인은 확신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행복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인생은 지독히도 허무하고 그 속에서 어떤 의미나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행복이다. 추구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포괄적으로 바라봤을 때 행복은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근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 삶의 피폐함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그 어떤 것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면 행복에 가깝다고 여기는 기억을 떠올려 보기로 한다. 강신주는 한 강의에서 행복은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배가 차면 행복하다. 그런데 두 배로 먹는다고 해서 두 배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순간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살아간다고 했다.
짧은 행복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던가? ‘행복’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의 좋은 기억을 통해 우리는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행복에 대한 거창한 인식은 그것을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파랑새로 만든다. 완전한 행복이 무엇인지 거기에 다다를 길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런 고민만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는 손 내밀면 쥘 수 있는, 실감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잡으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로 돌아와 우리가 매일 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일에 교사로서 매일 하는 일을 분리하여 이야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