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존재하는가?

by 밤하늘별

『가끔 학생 문제로 학부모와 통화할 때가 있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 OO이가 행복하지 않대요.’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공감의 측면에서 이 아이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힘들어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를 마친 후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하는 생각이 앞선다. 일단 나 자체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일상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이 안 좋을 수도 있다. 물론 흔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사람과는 매일 만나야 하는데, 그가 내는 걸음 소리, 그의 목소리를 듣는데 그런 것들 하나하나조차 싫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행복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사는 게 왜 이런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일상의 질곡에서 과연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행복이란 것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어쩌면 행복은 파랑새와 같은지도 모른다. 모두 추구하지만 그것이 실재하는지 의심스럽고, 실제 그것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적다. 그야말로 미지의 파랑새일 뿐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어떤 사람이 불행하기를 꿈꾸겠는가? 잘못된 선택으로 불행해지는 경우는 있겠지만, 그들이 불행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으리라. 누구나 바라는 행복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세상은 거대한 부조리의 터널이고 그 속에서 행복은 작은 환상처럼 가끔 그 빛을 흩뿌릴 뿐이다.

내가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한 것일까? 누군가는 삶에서 만나는 작은 즐거움을 행복이라고 하기도 한다. 과연 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다. 작은 즐거움은 어디서 얻을까? 큰 것을 얻었을 때 일시적으로 좋은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그것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집을 산다든지 책을 낸다든지 해도 하루 이틀 정도 좋다가 그 이후 무덤덤해진 것을 경험했다. 나는 행복감 자체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까? 큰 것도 금방 시큰둥해지는데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사실 커다란 좋은 일만을 좇아야 한다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요한은 『오티움』에서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것은 무엇일까?

주말 오전 카페나 맥도날드에 앉아 있는 시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그렇게 앉아서 책을 몇 페이지쯤 읽는다든지, 카페에서 글을 몇 줄 쓴다든지 할 때다. 책 읽기도 글 쓰기도 잘 되지 않는 날이면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아도 좋다.

퇴근하며 집으로 운전해오는 그 시간도 참 좋다. 요즘에는 가장 빨리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산복도로를 이용하기보다는 일부러 시내를 거쳐서 오는 편이다. 그래봐야 얼마 차이 안 나지만, 퇴근해서 오는 그 시간이 좋은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몇 페이지 쯤 읽는 것도 좋다. 사실 나는 좋은 독서가가 아니다. 책을 읽어도 도무지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당연히 내 삶에 적용할 어떤 것을 찾아 실천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30분 가량이나마 책을 읽으면 그날 해야 할 최소한의 과제를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나는 대체로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 온전히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영화를 보든 누군가 옆에 있으면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생기면 그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설렌다. 물론 설렘에 비해 실제 만남이 아주 좋은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실제 현실은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면 꽤나 불편하다. 특히 밤 11시 12시까지 이어지는 자리를 아주 힘들어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적당한 때에 헤어지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러나 만남 자체는 좋다. 특히 만남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더 좋다.

결국 이렇게 좋은 것을 찾아서 그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것이 실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행복은 정말로 파랑새와 같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행복이 그저 일순간 흩뿌려지는 이미지에 불과할지라도 그 한 조각이나마 잡으려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다. 그 한 방법이 좋은 것을 찾아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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