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의 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by 밤하늘별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는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 삶이 힘든 것에 비하면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부산 영도 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우연히 발견한 내용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는 집에서 챙겨온 것이고 윤동주의 시가 적힌 엽서는 이곳 백화점 서점에서 책과 함께 구입한 것이다. 이건 그저 묘한 우연일 뿐인가? 어떤 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대체로 의미 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그저 우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에 대한 내 조그맣고 변덕스러운 열망의 산물일 뿐이다.

사실 ‘민족 시인의 글과 일본 작가의 글을 나란히 둔다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도 든다. 비록 하루키는 일본 과거사에 대해서 의식 있는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글자로서 드러나는 내용의 유사성과 달리 담고 있는 의미는 엄연히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만큼의 유사한 내용을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가져와서 발견한 것도 어떤 면에서는 의미 있는 우연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쓰기가 쉬웠을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글쓰기가 쉽다기보다는 삶이 더 어려움을 강조하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하루키는 이어 ‘그것이 함정이었다’는 내용을 적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도 삶이 더 어려운 건 동일하다. 글을 써도 그 글처럼 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그러나 아무리 삶에 비해 글쓰기는 쉽다고 하더라도 글쓰기 자체도 쉽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오늘도 글을 쓰지 못하고 끄적이는 데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