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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리 Jun 13. 2016

가리워진 삶


아침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하늘

그 속엔 아주 작고 작은 먼지들도 있지

바람 한 점 불지않는 날엔

더 오래도록 하늘밑에 딱 달라붙어있어

햇볕이 좌르르 쏟아져 온 세상을 밝혀도

미세먼지 너만큼은 투영하지 못하네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질 순 없나?

먼지만 잡아먹는 미생물은 없을까?

차라리 매일 한 때 비가 내려 널 쓸어 담아갔으면...


안 보여

제발 시야좀 가리지 말아라

답답해

언제까지 그 칙칙한 옷을 입을래?


다가가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소리쳐 쫒으려 해도 쫓히질 않네


비겁하다

난 이렇게 모습을 보이는데

넌 항상 얼굴을 감추다니


혹시 비오고 난 뒤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같은

빗방울들에 쓸려 온

창틀에 시커멓게 쌓이는 것들도

미세먼지 너였니?


미세먼지는 개체로 있을 땐

보이지 않아

모여있을 때 멀리서 보면

비로소 눈에 보여


작고작은 것이 대단하다

원래 아침에 내가 젤 먼저 확인하는 것이

날씨였는데

네가 당당히 그 자리를

위풍당당하게 차지했으니


미래엔 널 체크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는 삶이었으면...


미래엔 네가 일상을 점유하는

흔들리는 삶이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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