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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리 Feb 12. 2016

비와 눈이 남기는 자리


비는 소리를 동반한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흙탕물 두드리는 소리



빗소리가  멈추면

비도 따라 멈춘다



눈은 소리없이 흘러 내린다


푸른산을 하얗게 색칠하고

빨간집을 하얗게 색칠하고

노란꽃을 하얗게 색칠하고

검은마음 하얗게 색칠한다



라플란드도 모를 만큼

눈은 소리없이 내리나

멈추면 흔적을 남긴다



비는

비가 오는 동안만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은

눈이 온 뒤의

풍경도 즐길 수 있다



비가

현재형이라면


눈은

현재와 미래형이다



비는

현재를 놓치지 말라 하고


눈은

미래또한 즐길거라 말한다



비가 내리면

카페의 창가에 앉아

그대와 빗소리를 들으며

이 시간을 나누고



눈이 내리면

하얗게 눈덮힌 산자락에 올라

그대와 하얀겨울의 밤을

눈처럼 말없이

속삭여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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