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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나 Aug 12. 2022

뻔한 일상에 오싹함을 퍼붓는
영국 출신 뮤지션

The Haxan Cloak

초짜가 봐도 톡톡 튀는 재능이 있다. 

이래저래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을 끄적이긴 하지만 실상 음악 이론(작곡이나 화성과 같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깊이 알면 즐기는 방법도 늘어나겠지만 쉬워 보이지 않아서 이렇게 저렇게 나름의 방식을 찾는 중이다.


이러한 문외한도 접한 순간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 있다. The Haxan Cloak의 음악이 그러했다. 그의 음악을 어떤 경유로 접했는지는 모르겠다(기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아니, 설사 그와의 운명적 만남을 기억했다 하더라도 음악의 강렬함에 그 기억은 물을 만난 잉크처럼 형상을 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일을 겪어 내 기억에 공백 하나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 또한 또렷하지 않은 기억인데.. 네이버에서였나?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글쓴이가 열거한 음악이나 뮤지션은 청량이나 시원과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음악의 납량특집이었달까? 꽤 다양한 뮤지션을 소개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도 꾸준히 듣고 있는 뮤지션은 Portishead다. 많은 이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그들의 명곡 Glory Box나 Roads 또한 나에게도 소중한 작품들 중 하나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여름밤에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질 거라 소개된 Glory Box나 Roads(두 곡 다 앨범 < Dummy>에 수록되어 있음)가 나에겐 한없이 슬픈 노래였다는 사실이다. 보컬 베스 기븐스의 힘없는 목소리로 Roads의 가사를 곱씹고 있자면 세상 모든 우울과 슬픔의 다 내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노래 한 곡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절함을 안아야 한다면 그 또한 공포일 수도 있겠으나 Portishead가 그린 공포는 내가 기대한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수하게 닭살 돋는 오싹함을 추구한 나에게 Portishead의 음악은 사뭇 아쉬웠다. 어찌 보면 글쓴이가 느낀 것을 나 또한 고스란히 느낄 것이라는 기대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나의 대상을 두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똑같은 감정(느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면, 나는 나만의 (오싹한) 여름 음악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견뎌야 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만난 것이 바로 The Haxan Cloak이다. 그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The Haxan Cloak, 2011>은 처음부터 살갗 밑으로 공포를 주입한다. 가사가 없는 연주 음악인만큼 그가 창조한 멜로디와 사운드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웅장한 소리가 이끄는 데로 끌려가다 보면 증폭되는 현악기의 소리에 몸서리가 쳐진다. 눈을 감고 들으면 감각은 배가 되고 좀 전까지 느끼지 못한 서늘한 기운이 등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he Haxan Cloak, 2011>과 <Excavation, 2013>를 연속해서 들을 것을 권했다. 


 “If you listen to them both together, the minute that the first record ends is where the second record begins. You can listen to them straight through and it’s like one piece of music."



앞서 짧게 쓴 적이 있는데 앨범 하나를 끊지 않고 또 반복해서 듣는 일에 나름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 바로 나다. 




두 앨범을 이어 듣다 보면 하나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을 것이라는 그의 제안!

하지만 The Haxan Cloak의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이 행위가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연달아 세 곡 정도 들으면 어느덧 턱 밑까지 차오르는 공포에 짓눌려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발견한, 만남의 첫 순간부터 닭살 돋게 만든 '천재(좋아하지 않는 단어지만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뮤지션'의 제안을 실천해 보고 싶었으나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매워서 다 못 먹을 것 같은데도 그 묘한 맛을 잊을 수 없어 또 주문하게 되는 그런 맛이랄까?

그의 음악은 그렇게 맵고 얼얼하고 차갑고 날카롭고 또 쓰다. 

하지만 끈적한 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밤이 되면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어후, 무서워서 더는 못 듣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솔직히 귀로 즐기는 것을 글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나의 설명만으로는 그 어떤 짜릿함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암요, 그렇고 말고요!) 또 앞서 이야기했듯 The Haxan Cloak의 음악을 통해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다른 이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아니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The Haxan Cloak의 또 다른 위업偉業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The Haxan Cloak의 본명은 Bobby Krlic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영화 미드소마Midsommar가 함께 등장한다! 그렇다! 그는 영화 미드소마의 OST를 담당한 뮤지션이다! 솔직히 (무서울까 봐)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는데 그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음악을 맡았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역시, 거장은 그의 음악이 내뿜는 검은 기운을 알아보는구나!'라고 말이다. 


후덥지근한 여름밤, 직설적인 영상(피, 칼, 폭력 등등등)이 난무하는 공포 영화도 좋지만

The Haxan Cloak의 음악을 자극제로 나만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본문에서 짧게 언급한 인터뷰 기사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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