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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Mar 05. 2024

태양은 떠도는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기도하듯 멀어지고

일몰 명소 안양 망해암

망해암 가는 길

     

관악산 줄기인 비봉산 자락에 위치한 망해암(안양시 임곡로 245)은 등산로 입구까지 주거 단지가 있어 접근성이 좋은 사찰이다. 대림대 사거리에서 임곡마을을 지나 비봉산 정상까지 차로 도착할 수 있다.      

적막한 사찰이 아닌 인근의 주민들과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안전하고 친숙한 산책 공간이자 시민들의 쉼터이다. 비봉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면 정상으로 가는 갈래길이 나온다. 포장도로와 비포장길이 있는데 망해암을 가려면 차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산책로 입구에 주차장이 있고 정상에도 주차 공간이 있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으니 임곡중학교나 등산로 입구에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짙은 소나무 향이 가슴속의 답답한 공기를 밀어내줄 것이다.        

       

망해암 일몰     

안양 4 경인 망해암은 일몰로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스님들의 처소인 종무소가 보인다. 맞은편에 있는 지장전과 천불전을 지나 오른쪽으로 고령의 느티나무 옆 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용화전으로 가기 전 왼쪽으로 기왓장들과 작은 소원 돌무덤들이 보이는데 이곳이 전망대 입구다. 해 질 무렵 남서쪽을 향해 탁 트인 전망대에 서면 마음속 감흥의 문이 열려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게 된다.          

태양은 떠도는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기도하듯 서쪽으로 멀어지고 

박달동과 석수동 사이를 흐르는 수암천이 황금빛 파랑으로 애절하게 끓어오른다. 바위틈에 뿌리를 뻗고 있는 소나무의 푸른 잎이 저녁 바람에 흔들리자 드리워진 그림자가 밭을 가는 농부의 호미질처럼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때 들려오는 용화전의 풍경소리는 수줍어 바람 속에 모습을 감춘 그리운 이의 마음일 것이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나는 곳이다. 인연이 다하면 흩어져 공으로 돌아감(제행무상)을 생각하게 되고 흩어졌으니 다시 만날 것이라는 편안한 기대를 갖게 된다.           

일몰을 보러 언제 가는 게 좋을까. 물론 흐리고 구름이 많은 날은 피하는 게 좋다. 날씨가 맑고 적당히 구름도 낀 듯하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안양에 살고 계신 분이라면 해 질 무렵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한낮의 바닷가 모래사장처럼 노란색으로 반짝인다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망해암의 전설과 석조여래입상           

석조여래입상 출처 : 안양시 

망해암은 신라 원효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조선 순조 3년(1803), 철종 14년(1863)에 중수하였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소실되었는데 이후 현대식으로 신축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세종대왕 재위 시 삼남 지방에서 한성으로 여러 척의 곡물선이 풍랑을 만나 뒤집히려 할 때 돌연 뱃머리에 스님 한 분이 나타나 배를 안정시키고 관악산 망해암에 살고 있다며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망해암을 찾은 선원이 법당에 모셔진 불상이 스님과 용모가 닮음을 알고 놀랐으며 이를 아신 대왕께서 매년 한 섬씩 공양미를 불전에 올리도록 하였다고 전해진다.       

현재 망해암 용화전에 위치한 석조여래입상은 2022년 5월 27일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신규지정되었다. 관내 문화재로는 11번째이며, 석조불상으로는 1980년 삼막사 마애삼존불상 이후 40여 년만에 지정된 것이다. 당시 최대호 시장은 “망해암 석조여래입상은 ‘극락정토(極樂淨土)’ 안양(安壤)의 수준 높은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안양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문화유산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비봉산 호랑이 아닌 고양이   

  

망해암을 방문하고 내려오는 길이라면 세심천 약수터 부근에서 “야옹”하고 비봉산 고양이를 불러 보자. 물론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출몰(?)한다. 주로 산모퉁이를 돌아 세심천 약수터 인근에서 생활하는 듯 보이는 이 녀석은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다. 만나면 내 다리에 착 달라붙어 몸을 비비기도 하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기도 하며 내려갈 때는 마중해 주기도 한다.       

작년 겨울부터 이곳에 나타난 고양이는 품행이 도심 속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터트려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길고양이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등산객이 주는 먹이도 덥석 먹지 않고 품위가 있다. 노란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다정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서울 타령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꼬리를 흔드는 비봉산 고양이가 일몰의 풍경과 더불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글은 오마이 뉴스에 제보된 내용입니다.

강아지처럼 꼬리 흔드는 고양이가 당신을 반기는 곳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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