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 못 듣는 이야기.
2022년에 진심인 로컬스트릿 에디터, 사주를 보러 가다!
안녕하세요 로컬스트릿입니다. 여러분 다들 운세 보신 적 있으시죠? 로컬스트릿 에디터들은 신년을 맞이해서 사주와 타로로 운세를 보러 다녀왔어요. 사주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항상 궁금했었답니다. 오히려 타로는 재미 삼아 자주 봤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사주가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일 텐데요. 흔히 '사주팔자'라고 말하지만 좀 더 정확히는 '사주명리'라고 해야 한다네요. 사주는 종교적인 접근보다는 학문적인 접근이 더 바르다고 해요.
사람이 명을 알 수 있다면 꾀하고 다툼을 그칠 수 있고, 분수가 아닌 생각을 물리칠 수 있다. 무릇 일체의 부귀(富貴), 궁통(窮通), 장수·요절(壽夭)과의 조우를 모두 하늘의 뜻에 따라서 그대로 좇을 것이다. 각자 의로운 명에 편안히 거하면서 한 가지로 성현의 길에 힘쓸 것이니 어찌 사군자(士君子)의 두터운 행복이 아니겠는가!
- 심효첨(沈孝瞻)의 『자평진전(子平眞詮)』
과연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사주를 통해 각자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부평으로 향했어요. 사주를 보면 타로는 서비스로 봐준다는 곳으로 결정했는데 결론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상호를 밝힙니다.
부평 지하상가의 출입구는 31개가 될 정도로 복잡하고 넓어서 자칫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에요. 저희는 지상이 아닌 지하상가에 위치한 사주집으로 찾아가야 했는데요. 어느 동네나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쯤 있죠?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나오니 부평 지하상가의 랜드마크 분수대가 보였어요. 부평역에서 만나면 분수대 앞이 단골 약속 장소인데, 부평 주민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이 들어요.
사주집은 부평 지하상가 분수대 근처에서 멀지 않은 여러 가게 중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어요. 간판을 금방 찾아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는데, 재미 삼아 보는 거라 생각했는데도 막상 도착하니 조금씩 설레어 왔어요. 저희가 간 사주집은 '운을 파는 가게'로 부평민자역사 지하2층 제224호에 있어요.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물으니 웃으며 들어오라고 하시던 아주머니. 안경을 쓰고 있던 단발머리 주인아주머니께서 편하게 맞이해주셨는데, 인자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자리에 앉아서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를 말하니 아주머니는 흰 종이에 한자를 거침없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썸머의 이야기_불의 사주
썸머에게는 하고자 하는 일이 현재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며 첫마디를 떼셨어요. 이 운기가 지나가야 일이 풀리기 시작할 텐데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고. 운이 천천히 오는 사주라고 하네요. 바로 대기만성형 사주!
현재 운이 가장 답답한 이유는 불로 태어났는데 젖어있는 나무가 올라가 있어서 타지 않고 연기만 나고 있다고 했어요. 애쓰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2년 동안은 답답함을 느끼고 고생할 수 있다 해서 급 우울해졌답니다. 그래도 2년 뒤에는 대부분 아주 잘 풀리게 된다고 했어요. 저는 절대 손 놓고 놀고먹을 팔자가 아니래요. 하하.
그리고 현재 굉장히 예민하데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답답함과 짜증이 속에 꽉 뭉쳐있다고 했어요. 그 이유는 19, 20, 21년도는 하늘에서 비가 오고 있는데 저는 불이 꺼질까봐 예민한 상황, 즉 풍전등화의 상황이라 그렇데요. 주위 사람들이 못살게 굴고 일도 많이 줘서 몸도 고단하고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래요. 정말 신기했던 점은 첫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함이 지속되는 상황이었고,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속에서 왠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어요. 이 부분을 정확히 맞추니까 조금 소름이 돋았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거침없이 잘 될 수 있는 사주기 때문에 지금만 잘 버티면 된다고 했어요.
"열심히 해보자. 곧 좋은 날이 올 거야!"
메리의 이야기_금의 사주
메리는 오목조목 다 가지고 있는 사주라 굉장히 좋은 사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금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유하고 사교성이 좋다기보단 의리 있고 카리스마를 가진 성격이라네요. 사실 소싯적 반장 좀 해봤던 지라 흠칫했답니다.
메리는 대운이 4를 기준으로 10년마다 바뀐다고 해요. 그중 34살이 가장 좋은 시기니, 그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당차고 배포 있는 성격으로 결혼하면 남자보다 돈을 더 잘 벌 팔자라고 하니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답니다. 또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직업을 잘 선택했다면서 직업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남자를 자주 바꾼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하하
올해는 창살(감옥에 가거나 병원에 간다는 흉살)이 껴있었는데 사주 자체가 좋아서 그나마 올해는 아무것도 없이 지나갔을 거라고, 원래는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 있었다고 했어요. 사실 메리는 올해를 꼬박 취업 준비로 보냈기 때문에 무력하고 답답함을 정말 많이 느꼈던 해라서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 졌어요. 22년부터는 금전운이 조금씩 풀리니까 머리를 잘 굴려서 제테크나 주식 같은 것을 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메리 주린이 도전? 사주가 옛날로 치면 이순신 사주라면서 아무리 밟아도 일어나는 스타일이라 하셨어요. 대신 주변의 시샘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마지막으로 메리의 사주풀이는 끝이 났어요.
서비스로 봐주는 타로는 둘 다 연애운을 봤는데 좋은 카드들만 뽑아서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과 오래 잘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끝에는 기분 좋게 마무리 되었던 걸로! 이런 게 바로 사주와 타로를 보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말을 듣게 되면 신뢰하고 싶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고, 안 좋은 말을 들어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더 노력하게 되니까요.
물론 사주와 타로를 모두 신뢰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고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태어난 생년월일에 따라 사람의 사주가 정해지고 연도마다 운세가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했어요.
아예 관련 없는 얘기를 하거나 성향조차 맞추지 못했다면 돈 낭비 또는 괜히 안 좋은 기분만으로 돌아왔을 텐데 이번 경험은 참 기억에 남고 의미 있었어요. 오히려 올해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 기분이랄까요? 무작정 맹신하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고 여러분도 재미 삼아 일상을 환기하는 느낌으로 본다면 괜찮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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