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송도
옥련동과 동춘동 서부 일부 일대를 통틀어 구송도라 칭한다. 송도유원지가 있던 인천의 중심지에서 어느덧 원도심으로 전락한 이곳은 구송도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송도라는 지명은 보통 송도 국제도시, 신송도를 일컫는다.
인천 토박이들에게 구송도에 대해 물어보면 주로 송도유원지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송도 유원지, 송도해수욕장이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놀이기구를 타고 물놀이를 할 수 있던 추억의 장소다. 근처에는 인천 상륙작전 기념관, 인천시립박물관, 홍륜사가 위치하고 있어 현장체험학습의 개념으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가기도 한다.
송도 국제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인근 해안이 매립되면서 맞닿는 바다가 없어지고 관리 부실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면서 결국 2011년 9월 해수욕장은 폐장하였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2022년 현재까지도 거대한 중고차 수출 단지로만 사용되고 있다.
남원추어탕
구송도 근처에는 가까운 지하철역이 없기에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오는 것이 편리하다. 큼직한 건물과 도로 사이의 간판에서 다양한 종류의 식사 메뉴들이 보인다. 이 근방에는 대부분 가족 외식이나 상견례같이 단체 좌석이 많은 음식점들이 분포해있다. 혼자 방문 시 조금 부담스러운 가게들이라 고민하다 추어탕집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점심시간 바로 직전에 들어온 터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늘어났다. 가게 안은 넓고 전체가 반질반질하니 청결하게 관리된다고 느꼈다. 룸으로 되어 있는 공간에는 삼삼 오오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주문을 하니 곧바로 부추와 밑반찬, 기호에 맞게 넣을 다진 양념을 내어주신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돌솥밥이 나와서 시작부터 만족스럽다. 추어탕에 청양고추와 들깨가루를 크게 한 수저씩 넣고 펄펄 끓는 국물을 휘저으니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온다. 추어탕과 들깨가루는 언제나 최고의 조합이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을 한입 맛보면 정신없이 먹을 수밖에 없다. 대중성을 살려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추어탕이라 느껴진다.
포레스트 아웃팅스
밥을 먹으면 늘 시원한 아메리카노 생각난다. 이 근방에서 가장 핫하다는 카페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본다. 바로 포레스트 아웃팅스라는 초대형 식물원 카페로 sns에도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건물에 다다르면 이곳이 카페인지 백화점인지 헷갈린다. 카메라 앵글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 카페다.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샹들리에가 눈을 사로잡는다. 파란 하늘에 샹들리에라니,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광경이다. 아래로는 식물원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규모의 숲이 있다. 키가 큰 나무들 사이에 있으면 마치 난쟁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북적북적 사람은 많지만 그보다 좌석이 훨씬 많아서 자리를 잡는 데는 어려움은 없다.
포레스트 아웃팅스는 베이커리와 브런치를 판매한다. 가격대는 저렴하지 않지만 빵의 퀄리티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햇빛을 받고 있는 빵은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커피를 주문한 뒤 파랗고 푸른 자연을 바라보니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놀러 온 기분이다. 여럿이 와서 수다를 즐기고 기분을 환기시키기에 완벽한 카페다.
청량산 전망데크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으니 걷지 않을 수가 없다. 인천시립박물관 뒤쪽으로 가면 구송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청량산 전망데크가 있다. 자연 속으로 들어와 한 발 한 발 계단을 바라보며 오른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이라 식사를 마친 뒤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숨이 가빠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올라갈수록 속세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푸른 하늘이 보이는 걸 보니 목적지에 다다른 듯하다. 배 모양의 청량산 전망대는 인천 바다를 향해 있다. 뱃머리에 가까이 가니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바다를 향해 움직일 것 같아 두근거린다. 구송도와 바다, 인천대교가 한눈에 다 담기는 멋진 관경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바라본다. 풍경이 너무나 멋진 곳이다.
인천 상륙작전 기념관
구송도에서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인천 상륙작전 기념관이다. 인천에 살면서도 오히려 가까이 있는 기념관은 모르고 지내 왔다. 이곳은 1984년에 개관한 곳으로 각종 역사적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인천 상륙작전은 6.25 전쟁 당시 수세에서 벗어나 반격을 시작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사건인 만큼 인천에 오면 들러보기 좋다.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알 수 있는 모형, 유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외부에는 건물 중앙 상단에 18m 높이의 기념탑이 있는데 호국영령의 기운이 깊이 느껴지는 듯하다.
전시관 내부에는 인천 상륙작전뿐만 아니라 인천의 개항에 관련된 사진과 영상자료도 있어서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때 당시처럼 꾸며놓은 공간도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장갑차, 전투기, 미사일, 탱크 등 볼거리들이 전시되어 있어 교육적 목적으로 가족끼리 나들이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바로 옆으로는 인천시립박물관이 있어 함께 관람하기에도 좋다.
단지 '구송도는 어떤 곳일까? 송도유원지의 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찾아가 본 반나절 구송도 투어는 생각보다 많은 배움과 뜻밖의 힐링을 주었다. 인천에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가볍게 구송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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