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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기지 Sep 06. 2022

헌책의 발자취를 따라서

배다리 헌책방 거리

 오래된 것은 낡고, 고지식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다. 언젠가부터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오래된 무언가가 있는 곳은 SNS에 올라오지 않는 이상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인천에도 오래된 장소가 있다. 바로 인천 송림동에 있는 헌책방 거리이다. 헌책방 하면 '생소하다, 가면 볼 게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하는 헌책방의 이미지는 작고 낡은 모습이다. 실제로 헌책방들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탄 한미서점을 시작으로 이 거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휑한 거리 속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는 헌책방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단지 유명세와 겉모습 때문일까?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곳에서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부모님과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에요'

'이곳에 오면 생각에 잠겨요'

'자체로 멋스러운 공간이에요'




헌책방 거리와 책방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 이야기이다. 입을 모아 칭찬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이곳만의 특별함이라도 있는 것인지, 어떤 매력을 가진 것인지 궁금증이 절로 생기게 되었다. 줄지어 선 헌책방 안에는 과연 어떤 책들이 가득할까?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60~70년대 배움에 목말라했던 이들이 학문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던 인천지역의 유일한 헌책방 골목이다. 평화로운 거리에 샛노란 색깔의 한미서점부터 간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벨서점, 대창서림까지 고전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책방 중 내부의 노란 조명이 인상적이던 집현전.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책에 압도된다. 흔히들 아는 대형서점처럼 정리가 잘 되어있지도, 그리 깔끔하지도 않지만, 아슬아슬 쌓아 놓은 책들과 구깃구깃 꽉 차게 들어선 책꽂이의 책들을 보면 웅장하고 멋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하나하나 둘러보니 아주 오래된 책부터 추억의 교과서, 유명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와 세월을 가진 헌책들이 있다.



 이곳만의 감성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정리되지 않았지만 세월이 주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책방이다. 한쪽에는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공간이 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의 다양한 글귀를 바라보고 있으면 옅은 미소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 전자책으로 인해 오래된 서점은 위축되고 있지만, 어떤 누구는 아직 이 서점들이 이 자리에 있음에 감사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2층 책방에서 정리되지 않은 책들과 함께 앉아있으니 왜 사람들이 헌책방에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왠지 모를 이곳만의 운치에 생각을 비우고 책 하나하나를 소중히 바라보게 된다. 새책을 판매하는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읽다 보면 작가의 경험과 삶을 배운다. 하지만 헌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을 읽고 사용했을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의 땀과 노력, 삶 속의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들의 손자국이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건 아닐까. 헌책들은 다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1,000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과거의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싶거나 부모님 세대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 방문해도 좋다. 지역 특성에 맞게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추억 속 헌책방 거리가 아닌, 과거를 추억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빈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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