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There are no great things, only small things with great love.
- 마더 테레사 -
(* 일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상을 하지 않으셨으면 넘어가 주세요. ^^)
아이들은 기적을 향해 달린다. 신칸센 기차가 교차하고 그 에너지 파동이 터지는 순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던 아이들은 결정적인 순간, 다른 진짜 속내를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기적이란 무엇일까. 기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오사코는 부모가 이혼한 후 엄마와 함께 가고시마에 살고 있다. 동생 류노스케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오사코의 꿈은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서 화산이 폭발하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할 거란 이야기를 듣고 화산이 분화하길 꿈꾼다. 화산이 폭발하면 어쩔 수 없이 4명의 가족이 예전처럼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오사코의 꿈을 류노스케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고 천진하게 묻는다. 그리고 오사코의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오사코 네가 개인적인 일보다 더 큰 일에 관심을 갖는 인간이길 바라. 음악이라던가 세계라던가. “
오사코의 친구는 둘이 있다. 한 명은 선생님과의 사랑을 꿈꾸고 한 명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을 꿈꾼다. 어느 날 키우던 강아지가 죽자 이 아이는 야구선수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마블(강아지 이름)을 가방에 넣고 기적을 빌기 위해 길을 떠난다.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길 바라면서.
동생 류노스케는 아버지와 살고 있다. 류노스케의 친구는 셋이다. 류노스케의 소원은 가면라이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형이 가족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 류노스케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함께 살 때 항상 엄마와 아빠가 싸우던 기억 탓이다. 류노스케의 친구 중 한 명은 아역 배우다. 주연은 항상 반 친구 덕에 놓치고 있다. 라이벌인 유나가 없어지길, 유나를 이기는 것을 꿈꾼다. 다른 친구는 공부와 숙제가 싫다. 그리고 아무런 노력 없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마지막 친구는 베이블레이드를 세 개밖에 모으지 못했다. 베이블레이드를 다 모아 최강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오사코와 그의 친구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은 아니지만 형을 위해 기적을 빌겠다는 류노스케와 친구들은 함께 신칸센이 교차한다는 구마모토로 향한다. 하룻밤 노부부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신칸센이 지나가는 언덕에 오른 일곱 명은 드디어 신칸센이 교차하는 시점에 왔다. 두근두근. 그 순간 꿈꾸던 화산이 폭발하고, 사람들의 일상이 보인다. 류노스케와 나눠 먹었던 과자, 한입 베어 물던 할아버지가 만든 가루칸 떡, 퇴근길에 아이 둘을 안아 든 역무원, 아이들과 땄던 코스모스 씨앗, 친구가 보살피던 강아지 마블.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소원을 소리친다. 기적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형의 꿈을 같이 빌어주겠다던 류노스케는 형의 꿈 대신 인디음악을 하는 아빠의 일이 잘되길 외친다.
유나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메구미는 진짜 자신의 꿈인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외친다.
아무런 노력 없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던 친구는 그냥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해달라고 외친다.
세계 최강의 블레이더를 꿈꾸던 친구는 달리기를 잘할 수 있기를 외친다.
학교 선생님과 결혼할 수 있게 해 달라던 친구는 아버지가 더 이상 파친코를 하지 않기를 외친다.
야구선수가 되게 해 달라던 친구는 마블이 살아나길 바라며 외친다.
오사코는 소원을 말하지 않는다.
신칸센은 지나간다. 기적은 일어난 것일까. 아이들은 각자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의 마음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살기만을 바라던 오사코는 세계를 선택한다. 가족이 다시 뭉치기만 한다면 화산이 터져도 상관없다는 아이는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이 함께하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메구미는 자는 엄마에게 가 자신의 꿈을 용기 내어 말한다. 도쿄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배우가 될 거라고, 그리고 가끔 엄마를 보러 올 거라고 말한다. 엄마는 잠결에 듣지 못하지만 메구미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유나가 사라질 필요도, 유나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태어나자 꿈을 포기했다던 엄마를 위해 사는 것도 아닌 진짜 자신의 꿈, 배우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노래를 흥얼 거린다.
오사코의 친구는 마블을 자신의 집 마당에 묻는다. 가족과 같던 강아지를 가방에 넣어 구마모토까지 갔던 아이는 친구를 놓아줄 용기를 낸다. 어제보다 더 식어버린 마블을 구마모토가 아닌 자신의 집 마당에 정성스레 묻기로 결심한다.
류노스케는 집에 돌아와 희망도 없고 쓸모도 없다며 이혼당한 아빠가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을 본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는 아빠를 보며 말한다. 내 덕분이라고. 그리고 밝게 웃는다. 좋아하니까 불가능해도 가면 라이더가 되겠다는 아이는 이제 누군가의 꿈을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삶에서 기적이란 무엇일까. 삶에서의 진짜 기적은 이렇게 작은 변화의 순간이 아닐까. 자신만 알던 아이가 세계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진정한 꿈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노력 없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아이가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순간. 이 모든 일상 속 작은 전환이 기적이 아닐까. 이 영화는 너무도 따뜻하게 일상 속에 내재된 기적의 힘을 말한다.
세상에 위대한 일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행할 뿐이다. 누구나가 큰 일을 위해, 대단해지기 위해 앞뒤 살피지 않고 달려가는 세상에서 이 영화는 말한다. 당신의 일상에서 작은 전환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이제 인기도 없어지고, 사라져 가는 아무 맛도 없는 가루칸 떡이지만 잘 씹다 보면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삶은 오색찬란하고 자극적인 단맛이 아니라 은근한 단맛을 주는 그런 것이라고. 그리고 그 맛을 알아가는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