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가 주는 교훈
늦가을, 초보 식집사로써 국민 식물인 몬스테라 중품을 주문하였다. 한 달 넘게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두었다가 뿌리가 가득 찬 플라스틱 화분을 벗기고 지인에게 얻어온 큰 화분에 상토와 마사토, 영양제등을 섞어 드디어 분갈이를 해주었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반려식물과 관련된 여러 단어는 나에게 매우 낯설고 생소한 단어였고 평소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단어였다.
올 7월, 두 차례의 교통사고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서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러다 결정한 것이 사람 외에는 집에서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들던 내가 ‘식집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소소하게 작은 식물들을 키우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반려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도 정서상 좋고 내가 관심과 사랑을 쏟은 만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느 날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던 고요한 때에 몬스테라를 들여다보았는데 잎 끝에 동글동글 맺혀있는 물방울을 보고 귀엽다고 느낄 새도 없이 의아했다. 분무기로 뿌렸다면 여러 물방울들이 있어야 하는데 물방울이 맺히는 포인트가 잎 끝쪽에만 일정하게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초보 식집사는 이 현상이 몬스테라의 *일액 현상이라는 것도 모르고 괜한 장난기 발동으로 잎을 톡 쳐서 물방울을 튕겨보고 별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몬스테라의 여러 잎 위에는 동글동글 귀여운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일액 현상 : 식물체의 배수 조직에서 수분이 물방울 형태로 배출되는 현상이다. 일액 현상은 토양에 수분이 풍부하고 대기의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일어나는데, 대부분 증산이 억제된 밤에 나타난다. 일액 현상으로 생긴 물방울은 식물의 수분, 미네랄, 단백질 등을 포함한다.
좋게 표현하면 몬스테라에게 수분이 풍부했던 것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주인의 무지에 의한 과습.
뿌리가 썩을 수도 있는 과습 조건은 초보식집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인데 몬스테라는 스스로 조절하고 비워내며 뿌리의 수분 환경을 식집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몬스테라가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몬스테라처럼 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고 있을까? 불필요한데도 필요하다는 착각으로 계속 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하루만 해도 집에 커피잔과 머그가 없는 것이 아닌데 예쁜 잔을 보며 한 세트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고, 아직 초보라 식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면서도 꽃집을 지나며 또 새로운 식물을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분명 오늘 나는 비울 생각보다 채울 생각을 더 많이 한 하루를 보냈다. 왠지 비우는 것은 ‘이별’ 같고 채우는 것은 ‘만남’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의미인 것만 같다. 그래도 비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니 조만간 비움을 실천하고자 한다.
몬스테라가 좀 더 잎이 커지고 튼튼히 자라려면 공중 뿌리도 흙에 덮어주는 것이 좋다는 글을 보고 테스트 겸 크고 깊은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면서 말 없는 식물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있는 세상을 나는 그 간 너무 경주마처럼 달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앉아서 식물을 매만지는 나를 보며 한 마디 하셨던 친정엄마의 말씀이 떠오른다.
네가 식물을 키우다니, 너도 나이 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