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아직 젊지만 또 어리진 않다. 남들은 인생 전반기에 진로를 선택해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을 나이지만, 나는 끄트머리에 간신히 뭔지 모르는 길을 찾아서 무언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 3.5년째.
그러다보니 궁금한게 있긴 하다. 난 지금 잘 살고있는게 맞을까. 이게 나랑 맞는 길일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마침 대학원 선배로부터 유명하다는 명리학자분의 전화번호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지금 당장은 크게 아쉬운건 없어서 갈까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선배에게 부탁해서 받은 전화번호라서 그 이유때문에라도 가봐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연락을 했고, 날짜를 잡아 다녀오게 되었다.
가는 날은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무슨 생각으로 거기까지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호기심도 있었고 약속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한시간에 가까운 상담은 내 아픈 기억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잘 맞았냐고 물어본다면꽤 정확했다. 나에게 가장 안좋다는 시기가 마침 내가 죽으려고 했던 그때와 일치했다. 그 뒤로 좋아진 시기도 맞고. 그렇게 힘든 시기는 다시 안올 거라는 말에는 좀 많이 안도했다.
내가 많이 배우고 봉사해야하는 사람이라는 것, 정신적인 것들(가치관 등)에 매혹되는 사람이라는 것 등등. 내 인생의 지향이나 성향에 대한 부분도 맞았다. 그런 점에서 지지를 받은건 좋았다. 아, 내 길을 잘 찾아왔구나 싶었다.
하지만 친구 말대로 그건 내가 이미 내 인생을 살면서 찾아낸 것들이다. 내 안에는 굳이 사주나 운명에 의지하지 않아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또 상담 내용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불편했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말을 들으려한건 아니지만, 칭찬이나 긍정적인 말이 20%라면 나머진 다 부정적인 말이었다. 심지어 관상을 보면서 외모 지적까지. 그게 맞다고 해도 내 컴플렉스인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리니까 상처받았다.
재미가 아니라 진지하게 보는 사주는 정말 신중해야할 것 같다. 마음을 여는 만큼 다치기도 쉬우니까.
어쨌든 결론은 지금의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 의심할 필요없이 지금처럼 살면 된다는 것. 그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