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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Nov 08. 2023

나의 상태 관찰하기


현재 나의 상태를 관찰하는건 중요한데 좀 어렵다. 나도 내가 어디쯤 있는건지, 무엇때문에 일어난 어떤 감정속에 있는지, 이게 병증인지 약의 부작용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며칠이고 지켜볼 때도 있고, 뭐가 나에게 영향을 준건지 되짚어보기도 한다. 이전의 나와 비교를 해보기도 한다.


강물을 토막내서 그 부분만 들여다볼 수는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버리는 나를 정확하게 관찰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요즘 느끼는 것.


1. 아무 의욕이 없다


이건 직장과도 관련이 많다. 요즘엔 내가 뭘 하러 이곳에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일도 그렇고 관계도. 뭔가 잘못된 느낌. 다 귀찮아졌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사람들과도 별로 대화하거나 친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옷에도 관심이 없어졌다. 내일 퇴사한다는 기분으로 살고있다.


새로운 우울증의 증상인건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그렇다고 해도 증상을 촉발한건 직장 문제일 것이다. 대학원 면접(시험 트라우마가 있어서...)이 다가오는 것도 두번째 이유쯤 될 것 같다.



2. 가끔 붕 뜬 것처럼 즐겁다


의욕이 없는데도 아무 이유없이... 허공에 혼자 떠있는 것처럼 즐거울 때가 있다. 다른 감정들이나 사건들과 연결되지 않는 즐거움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즐거울 일은 별로 없는데.


이건 우울증 약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경우엔 우울증 약을 먹으면 외부적인 상황이 안좋아도 근거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경향이 좀 있다. 강물에 떠내려가면서도 느긋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부분은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고 즐기려고 하는 편이다. 기분이 좋은건 좋은 일이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즐거우니까 그 순간엔 만족하려고 한다.



종합해보면 의욕없이 즐겁다.


이게 무슨 상태일까...?


여기저기 놓여지는 인형이 된 기분이다.


눈물이 난다.



조심해야 한다고는 느낀다. 이럴 때 부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울의 바다에 빠질 테니까. 지금 순간순간의 기분이 그렇다고 해서 이 비탈길에서 모든걸 놓아버리고 미끄러지면 안된다.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가지면서, 차라리 떨어지고 싶은 마음을 밀어올리면서 천천히 숨을 쉰다. 몇초, 길어도 몇분만 버티면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안전한 곳으로 올라가려고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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