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en's New Diary> #7
밥이 맛있어서 이 회사를 선택했다고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퍼즐 조각이긴 했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옮긴 직장,
이곳은 십 년 전 호텔 메이드 일을 시작했던
바로 그곳이다.
혼자 조용히 일하면서
온갖 감정의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처음으로 '작가'의 오랜 꿈이 깨어났던 곳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차
매일이 글감으로 넘쳐 났던 곳
늘 러쉬 독촉으로 초조하게 달려야 했던 복도
때때로 시간을 잘못 쓴 대가로 벌을 받는 게 아닌가
회한으로 가득했던 시간
시간만 있으면 재미있고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늘 아쉬움이 남았던 퇴근길 바닷가 그 호텔에
다시 왔다.
꼭 글로 쓰고 싶었던 이상한 동료들
그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고마움
이상한 고객들을 응대함으로써 요동치는 생명력
식권으로 받은 간식 꾸러미를 들고 퇴근하는 뿌듯함
10년 전의 나는 이 모든 게 이상했고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여기에 있는 나를 받아들였지만,
지금의 나는 이 모든 게 재미있고
지금은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이고
여기에 있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경력직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교육생으로 들어가
수업료를 치렀다.
이 역시 내가 선택한 일이다.
두 달의 교육생 시기를 거쳐
다시 정직이 되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10년 전의 감정을 복기했다.
왜 글을 쓰고 싶었는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글은 꼭 쓰고 싶은지,
나의 과거를 이해한 만큼
마음의 갈등이 없어지고
삶이 단순해졌다.
요즘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글을 쓴다.
그것이 쌓여서 두께가 생기면 발표를 할 생각이다.
오늘부터 회사를 옮긴 후
처음으로 조금 긴 휴가가 시작된다.
그래서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눈이 떠졌다.
서울 언니 집에 가기로 했다.
언니가 일정을 보내왔다.
북촌 마을 가서 점심 먹고 구경
과천 현대 미술관이랑 동물원
언니집 근처인 서울대학교 탐방
수학여행 가는 기분으로 가방을 쌌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기차를 타는 일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마시는 고소한 커피
유리창에 얇게 스며든 햇살
기차가 출발할 때,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나에게로 다가오는 신기한 풍경
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나는 감정을 기억할 수 있다.
나는 상징을 연결할 수 있다.
그것을 글로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