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en's New Diary> #6
맛있는 밥 때문에 회사를 옮긴만큼 식사 시간에 엄청 집중해서 밥을 먹었다.
전기밥통 세 개에 다른 종류의 밥이 있었는데, 각각 백미밥, 흑미밥, 귀리밥이었고, 나는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귀리밥을 펐다. 붉은색 국물에 양배추와 파를 비롯한 야채들이 들어있는 국은 맛을 보았을 때 딱히 이것은 무슨 국이다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징어라도 한 조각 보였다면 오징어 국인가 했겠지만, 비주얼에서나 맛에서나 특별한 것을 찾지 못했으므로 굳이 이름을 짓는다면 '매운 채소국' 정도일 거라 생각하며 식단표에서 이름을 확인해 보고는 너무나 놀랐다. 그 맛과 비주얼이 '사골우거지해장국'이라는 것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건 아닌가 싶으면서도 사골 국물이라는 정보가 입력되자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순대와 채소를 볶아놓은 반찬은 시각적으로 보았을 때 바로 '순대채소볶음'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는데, 맛을 보자 내가 알고 있는 순대채소볶음의 맛이 아니었고, 언제 어디선가 먹어본 낙지볶음 맛이 났다. 알감자와 브로콜리를 같이 간장 베이스에 조린 반찬은 비교적 알고 있는 맛이었지만 브로콜리를 간장에 조리니까 보통 초장에 찍어 먹거나 버터에 볶아 먹었던 브로콜리가 아닌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또 하나의 반찬은 게맛살과 콩나물 무침이었는데, 이 반찬 또한 먹기 전에 생각한 맛이 아니었던 게 놀라움을 주었다. 보통의 고소하고 짭짤한 콩나물 무침 맛을 생각하며 입에 넣었는데 알싸한 겨자 소스에 무쳐서 마치 해파리냉채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식판 제일 작은 칸을 차지한 마지막 반찬 김치는 일부러 먹지 않았다. 국과 순대볶음이 매웠으므로 아직 낯선 환경이라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플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끝으로 숭늉과 얼음을 띄운 미숫가루가 후식으로 있었는데, 평소 같으면 얼음 동동 미숫가루를 선택했겠지만, 매운 것을 자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차가운 음료보다 따뜻한 숭늉을 마셨다. 숭늉이 모든 메뉴 중에 가장 맛있었으며, 목구멍을 넘어서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장에 도착하자 뱃속이 편안해지면서 "자! 준비됐어. 나는 잘할 수 있다!" 숭늉은 내 안에서 씩씩한 목소리로 바뀌어 터져 나왔다.
어제 첫날은 입사 동기와 같이 밥을 먹었고, 낯선 사람과 근무 첫날 먹은 밥이라 메뉴가 뭐였는지, 밥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무슨 맛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입사 동기는 일을 해야 밥이 넘어갈 건데, 일하기 전이라 밥이 안 넘어간다며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는 수저를 놓은 상태라 마주 앉은 나도 허겁지겁 쓸어 넣듯이 식사를 마무리했다.
맛있는 밥 때문에 선택한 회사인데 아무리 맛있는 밥이 제공되어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초조하고 불안하며 걱정으로 생각이 많아진다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래전 인상 깊게 읽은 책, 틱낫한, 류시화 번역 <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Be Free Where You Are)>가 생각났다. 틱낫한 스님이 미국의 한 교도소에서 하신 법문을 짧은 강연 텍스트로 구성한 책인데, 읽은 지 오래되어 구체적인 내용은 틀릴 수도 있지만 기억에 의존해서 인상적인 장면을 묘사하자면 대강의 이야기는 이렇다.
법문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서 준비 중이었다. 직원들이 마이크며 스피커 등 장비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스님께서는 무대 한가운데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앉아계셨다. 재소자들은 유명한 스님이 법문을 하러 온다는 소문을 듣고 강당에 모여들었고, 눈을 감고 앉아계신 스님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서 다가와서는 반갑게 인사를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웅성거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도 스님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셨고, 그 모습은 죄수들에게 기이하게 느껴졌고, 일부는 그런 스님의 태도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법문이 시작되었고, 오전 법문이 끝난 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스님이 식당에 오시기도 전에 재소자들은 이미 습관대로 허겁지겁 밥을 다 먹은 상태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스님이 천천히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오후 법문이 이어졌고, 법문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재소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 '스님의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는데 저에게는 그런 평화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평화를 가질 수 있나요?' 스님은 온 마음으로 식사하기와 같이 일상의 작은 행동을 수행으로 바꾸는 방법을 설명하셨고, 강연이 끝난 후 그 교도소에 호흡이나 걷기 명상과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재소자들이 수행을 하게 되며, 이 사례는 교도소라는 구체적인 환경을 통해 고난과 제한된 자유 속에서도 내면의 자유를 찾는 법을 이야기한다.
'자유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한 순간 마음 챙김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핵심 주제는 실존의 감옥에 갇힌 나에게도 강력하게 작용하여 위기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2026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