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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ji Jeong May 28. 2021

<프리워커스>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일하는 방식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조금이라도 니즈를 느끼면 길게 봤을 때 필요 없더라도 바로 사버리는 편인데.. 이런 소비습관이 내 통장 사정과 내가 사는 집의 가용 공간 면에서 정말 해로워 요즘은 물건 소비를 최대한 자제한다.

책도 자제하는 품목 중 하나로, (현재 책장 만석. 중고서점에 몇 번 팔아서 그나마 안 넘침) 마음에 드는 책이 생기면 냅다 사기보다는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먼저 읽어본 뒤 정말 소장하고 싶을 정도의 여운을 남기면 산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결국 책을 샀기 때문이다.





<프리워커스> 저자. 모빌스 그룹


모빌스 그룹과 모베러웍스는 올 초, 포트폴리오 심사에서 모빌스에게 간택당해 어쩌다 모빌스의 일원이 된 혜린을 통해 알게 됐다. 원래부터 모쨍이였던 혜린은 모빌스에 합류한 이후로 혼자만 즐기던 모빌스/모베러웍스를 주변에 널리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직접 겪어보니 더 좋더라, 그러니까 너도 먹어봐.' 같은 느낌으로...


모빌스가 소비자(모쨍이)들과 주로 소통하는 채널은 유튜브다. 그에 따라 혜린이 영업하던 모빌스의 콘텐츠들은 거의 다 'Mo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접해야 했었는데, 나는 영상과 썩 친하지 않은 '글 좋아 인간'이라 혜린이가 직접 등장한 장면들만 뛰어다니며 보곤 했다. 그 외 다른 콘텐츠들은 언젠가 보겠다 기원하며 나는 미래의 나에게 '영상 콘텐츠 소비'라는 귀찮은 과업을 떠넘겼다.


그러던 와중 모베러웍스가 두 번째 노동절 잔치를 열었고, 그에 맞춰 지금 서평을 남기고 있는 책 '프리워커스'가 출간됐다. 혜린이 그동안 꾸준히 영업해 온 모빌스의 콘텐츠가 글로 나온 셈이다. 혜린이가 오랫동안 영업해 왔기에 궁금했기도 했고, 글이라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때마침 회사에 책이 들어왔길래 책을 빌려 읽었고, 다 읽은 뒤 나는 이끌리듯 책을 샀다.


책은 모빌스그룹, 모베러웍스 탄생의 기원부터 현재까지 모빌스, 모베러웍스의 행보와 성장과정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빌스그룹이 세워진 지 이제 막 2년 정도가 되었으니 사사(社史)를 담았다고 하기는 조금 거창하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사사(社史)를 이야기하는 책이 출간하고 얼마 되지 않아 판매 1위를 찍고, 어느덧 5쇄를 앞두는 이유는 모빌스그룹이 많은 자본을 가져서도, 엄청난 마케팅 비밀이 있어서도, 뭔가 세상에 없던 대단한 제품을 팔아서도 아니다. 프리워커스라는 책, 그리고 모빌스그룹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모베러웍스가 판매하는 무언가에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제품이나,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준비되면 제품의 컨셉에 맞춰 브랜딩을 한다.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이유가 곧 팔고자 하는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기에, 브랜딩을 먼저 한 뒤 제품을 준비하는 브랜드? 나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모빌스가 그걸 해냈다. 모빌스는 일단 브랜드(모베러웍스)를 먼저 만든 뒤, 브랜드에 맞춘 제품을 만들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모빌스가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모베러웍스의 제품에는 모두 메시지가 담겨있다. 모베러웍스를 대표하는 캐릭터, '모조'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며(Small Work Big Money), 별다른 아젠다(No Agenda) 없는 세상에 사는 캐릭터다.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염원하는 업무형태를 페르소나로 하여 태어난 이 캐릭터는 메시지와 함께 모베러웍스의 제품에 들어가 모베러웍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모베러웍스의 제품은 곧 현대의 포스터다. 소비자(모쨍이)들은 모베러웍스의 제품을 이용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그러나 직접적으로 나 그런 사람이다! 하고 외치기는 어려운, 일에 관한 솔직한 메시지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모베러웍스의 제품들이 매우 새롭고 기발한 발명품이라거나, 아주 유용하고 가성비 넘치는 제품들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자기를 표현할 수 있기에 소비자들은 모베러웍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한다. 


두 번째는 모베러웍스가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모든 브랜드에는 서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고르고 골라 엄선된 멋진 이미지만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그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거쳐온 역경과 고난, 오랜 고민의 시간은 전부 오프 더 레코드 행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공개한 A컷을 보며 멋지다고는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엄선된 한 장의 이미지에서 브랜드 이면의 서사를 전부 유추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지가 브랜드의 창이 되어 이미지 너머의 일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수행하는 브랜드는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그렇더라도 사용자는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브랜드 서사가 ‘잘’ 전달될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모빌스는 대부분의 브랜드들과는 조금 다른 전략으로 접근한다. 엄선된 A안만 보여주는 게 아닌, A안이 채택되기까지 거쳤던 B안, C안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성공의 경험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도 모두 솔직하게. 모빌스에게 비밀이란 없다. (거의)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모빌스 그룹의 방식이다.


모빌스는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다. 많은 내용을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은 모빌스그룹에게 아주 적합한 매체다. 이 책은 모빌스그룹이 영상에서 보여준 내용에 그들의 생각을 조금 더 덧붙여 요약해 준 이야기다.


책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 ‘MoTV’를 보면 된다. 책 보다 더 자세한 모빌스의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영상에서만 등장하고 책에는 실리지 않은 이야기에서 당신만의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 조언과(이것 또한 MoTV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모 빌스 그룹의 추천도서가 부록처럼 함께 실려있으니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시길.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생기더라도 계속 일을 해나갈 사람이다. 일이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일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일에 대해서 나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써 내려간 책을 읽는 시간이 굉장히 유익하고, 즐거웠다.


머릿속에서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일'에 대한 관점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리된 문장으로 제시해 준 '프리워커스'. 앞으로도 종종 펼쳐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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