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지만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살고 싶어요.
저는 어제 몹시 좋아하는 정준일 소극장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서초에서 공연 보고 돌아와서 씻고 자려고 누운 게 새벽 1시였는데,
또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과천까지 취재를 가는데 정말 미치도록 피곤하더라고요.
전철에서 자면 목이 아파서 웬만하면 버티려고 하는데
오늘 경의선에서 완전 폭잠했네요ㅎㅎ얼마나 편안히 잤는지ㅎㅎ
오늘 적는 건 평소 올리는 에세이 형식은 아니고 그냥 가볍게 쓰는 SNS용 공연리뷰거나ㅎㅎ아니면 근황을 전하는 메모가 되겠네요.
뭐, 어제 공연은 늘 그렇듯이 정말 좋았고요.(이 말을 내 남편이 싫어합니다ㅋㅋ)
2시간 동안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음악에 푹 빠져 있다 나왔어요.
정준일의 단독 콘서트는 이번에 세 번째였어요.
그 전에는 여럿이 나오는 그런 공연(이런 걸 뭐라고 하죠?)이나 게스트로 나왔을 때만 봤고요.
예전에 음반 나왔을 때 이런 글도 썼어요.
심의 불가, 눈치 불가
https://brunch.co.kr/@orbit/100
여하튼 정준일 공연에 다녀오면 항상 느끼는 게 하나 있어요.
내가 왜 이 뮤지션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엄청난 착각일 수도 있는 건데요.
저와 내면의 일부가 조금 닮았다는 느낌 때문인 듯해요.
저는 정준일의 발라드도 좋아하지만 어두운 느낌의 곡들을 더 선호하거든요.
플라스틱이나 휘트니처럼요.
들을 때 직감했던 것 – 이 사람도 나처럼 내면에 우울한 면이 있지만 따뜻하고 재밌는 곡과 겉모습을 일정 갖고 있군!
그 모습을 이번에도 느꼈어요.
멘트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나는 세이 예스나 휘트니처럼 어두운 곡을 가끔 쓰는데, 사람들이 발라드를 좋아하니까. 나만 좋아하는 곡을 쓰는 게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든 써야만 하는 곡이 있고, 나답게 곡을 만들고 부르는 건 중요하다.”는 식의 이야기였어요.
제가 요즘 고민하던 부분과 비슷하더라고요.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내 앞에서 공연하는 저 사람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싶어서 외로움을 덜었어요.
그게 뭐냐면,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게 주부 에세이였고, 상도 받고 책도 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제 글은 조금 웃기고, 밝고 명랑한 주부로서의 제 글이라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자신을 좀 싫어하고, 못생긴 면을 미워하고, 어둡고 비주류의 감성이 절반쯤 차있는 사람이라 글에도 그런 쓸쓸함이나 어두움이 종종 드러나요.
그런 글은 독자들이 별로 안 좋아하니 쓰지 말아야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의 에세이만 계속 써야 할까,
그런 밝은 글만 쓰다 보면 차기작을 내기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이 자꾸 저를 주저하게 만들더라고요.
고민이 짙었던 시기에 남편이 어디서 무슨 기사를 읽고 와서는 제게
“잘 나가는 책을 내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 된대!”라고 이상한 조언을 하는 바람에
부부싸움할 뻔했어요.(이 말도 남편이 싫어합니닼ㅋ)
그건 그냥 인기를 얻으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 된대! 돈을 잘 벌고 싶다면 돈을 잘 벌 만한 일을 하면 된대! 이런 말과 같고,
또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쓴다는 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상업적인 가치에 몰입되는 거니까요.
그냥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고 좋아할 이야기를 쓴다면 반짝 인기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독자를 더 만날 기회도 얻을 수 있겠죠.
아,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우울한 나도 재밌는 나도 전부 나고, 그 모든 성격과 순간이 켜켜이 쌓여 서른여섯 살의 나를 만들었는데
자꾸 반쪽만 보여주라고 하면 남은 반쪽이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까요.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이렇게 쓰면 메인에 노출되겠지?
이렇게 쓰면 눈길을 끌겠지?
이런 생각으로 꾸며 쓰는 글은 제 글이 아닐 것 같아서요.
매 순간이 동네 슈퍼 나가는데 풀메하고 나가는 그런 기분일 것 같아요.
그랬던 차에 어제 공연을 다녀오고 저와 내면의 일부가 닮았다고 착각하는 대상인 정준일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런 고집이 혼자만의 꽉 막힌 구식이 아닐 수도 있겠다며 희망을 얻었어요. 정말 외로움이 사라지더라고요.
얼마 전 제가 ‘인싸’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에 쓴 것처럼 세상에 인싸만 있으면 너무 피곤하듯이, 밝은 글만 쓰면 세상은 오히려 건조해질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해석하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맑고, 어느 날은 흐린 이런저런 글들을 솔직하게 앞으로도 쓰고 싶어요.
솔직하게 쓴 제 글에는 너무나 고마웠던 외숙모의 토스트 맛이 느껴지고,
서운한 친구에게 은근슬쩍 전하듯 투닥거리는 이야기도 있고,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꼰대들에게 지르는 말도 있고,
어린 시절 바다를 접한 곳에 살며 경험한 소금기 절은 추억도 있고 그래요.
늘 그래 왔듯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포장하고 싶어 시작한 글이 아닌 이상
저는 늘 이렇게 쓰면서 살 것 같아요.
요즘은 어쩌다 보니 일이 좀 많아서 주말에도 계속 일하고 있어요.
오늘은 아침에 과천에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가는 길에 전철역에서 저와 비슷한 여자분을 봤어요.
키가 저와 비슷하고, 저처럼 백팩을 메고, 푹신해 보이는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가장 비슷한 건 상한 머릿결ㅋㅋ 미용실 안 간지 좀 된 티가 팍팍 나는 그런 머릿결에
저처럼 졸리고 귀찮은지 터덜터덜 걷는 모습 하며
도플갱어인가 했네요.
이 바쁜 시기가 지나면 기온이 뚝 떨어져 세상이 소독되는 기분의 겨울이 찾아오겠죠.
12월에는 결혼기념일도 있고, 남편 생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어요.
뭘 하며 지내게 될까 벌써 궁금하네요.
그리고 제가 얼마 전 질문 서점 인공위성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제 책을 기부하고 질문을 전달드렸는데, 그 중심으로 인터뷰가 진행됐어요.
뭐랄까, 제가 남들에게 잘하지 않던 이야기도 많이 나온 것 같아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을 듯해요.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얼마 전에 남편이랑 얘기하면서 나온 가정인데
우리 어릴 때도 사실은 미세먼지가 많았는데, 그땐 관심도 없고 상상을 못 해서 몰랐던 게 아닐까 그런 가정이었어요.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건 익숙한 것을 생경하게 만들거나, 혹은 삶에 무게를 좀 더 얹어주거나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바쁜 가운데에도 꾸준히 쓰고,
항상 브런치를 열어두고
독자분들의 눈동자가 읽어갈 거리를 올리겠습니다.
늘 함께 해주시고,
건강하셨으면 해요.